체포동의안 표결 후 내홍 수습에 나선 이재명
유튜브라이브서 "생각 다르다 색출, 단합 해쳐"
측근 사망에 "어떤 방식이든 책임져야 할 상황"
공천TF 첫 회의 열고 "합리적 공천하겠다" 강조
정의당 향한 야유에 "특검 협조 필요" 자제 당부
"의견이 다르다 색출하고 청원해 망신 주고 공격하면 기분은 시원할지 모르겠지만 당의 단합을 해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자신의 강성 지지층을 향해 집단행동의 자제를 당부했다. 지난달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를 주도한 것으로 지목된 비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수박 색출' 중단을 요청한 것이다. 내년 총선에 앞서 계파갈등이 분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공천룰에 대해선 "합리적이어야 한다"며 비명계를 염두에 둔 발언도 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격화된 내홍 수습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서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재명 "생각 다르다고 망신 주면 단합 해쳐"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진행한 유튜브 라이브에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집단끼리는 단결이 중요하고 제일 경계해야 할 부분이 균열과 갈등"이라며 "최근 비슷한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체포동의안 표결 이후 비명계를 향해 지속되고 있는 강성 지지층의 집단행동에 대해서도 "저 개인이 아니라 민주진영 전체가 피해를 입는다. 집 안에 폭탄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했다.
온라인상에 확산됐던 '수박 7적' 포스터를 두고선 "저쪽 진영에서 변복시켜 파견한 그런 사람들이 그런 게 아닐까 싶다"라며 내홍을 부추기는 외부 세력의 이간질일 가능성도 거론했다.
주말 집회에서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정의당 의원과 이정미 정의당 대표에게 야유한 것에 대해서도 자제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국회 의석 분포상 김건희 특검, 50억 클럽 특검을 하려 해도 정의당의 협조가 있어야 한다"며 "품이 넓어야 더 많은 것을 품는다. 힘을 모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게 시급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의 당부에도 라이브 방송에 참석한 지지자들의 비명계를 겨냥한 비판을 쏟아냈다. A씨는 "우리 민의가 이렇게라도 발현되지 않는다면, 지난번에 기권하고 반대한 사람들이 만만하게 생각할 것"이라고 했고, B씨는 "극성, 극렬이라고 매도당하더라도 저네들이 멈춰야 할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는 "갈등이 심해지고 분열이 심해지면 그 결과는 다 제 책임"이라고 답했다. 또 "내년 총선 결과는 민주진영의 운명을 결정하고 이재명의 인생도 결정할 거다"며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고 했다. 최근 사망한 전 비서실장에 대해서 "어떤 방식이든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합리적 공천' 언급, 비명계 손 내밀기
이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며 비명계 달래기에 나섰다. 이날 공천제도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면서 공천권을 남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비명계 이개호 의원이 단장을 맡는 등 TF에 비명계가 다수 포진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이 대표도 이날 첫 회의에서 "민주당 내에서 누구나 수긍하는 합리적인, 투명한 공천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매우 중요한 과제"라며 "공천이 대체로 갈등의 과정이기도 하지만, 가능하면 축제의 과정으로 당세가 확장되고, 국민의 지지를 추가로 늘리는 과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시간 비명계 '민주당의 길' 활동 재개
이 대표가 라이브 방송을 한 시각, 공교롭게 비명계 의원들이 주축인 의원모임인 '민주당의 길'도 토론회를 열고 활동 재개에 나섰다. 이를 두고 이 대표가 자신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비명계의 반발을 의식해 같은 시간에 강성 지지층을 대상으로 단합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발신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토론회는 성한용 한겨레 기자, 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발제자로 나서 '대선 1년, 평가와 교훈'을 주제로 진행됐다. 박 교수는 "정치 양극화로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합의를 통한 사회 변화와 개혁이 안 된다"고 지적했고, 성 기자는 대선 이후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은 채 '졌지만 잘 싸웠다'는 분위기로 당이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토론 과정에서 대표직 사퇴 등 이 대표의 거취에 대한 요구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길 소속 김종민 의원은 토론회 종료 후 "일부 언론에서 사퇴 요구 얘기가 나오는데 논의한 바가 없다"며 "민주당의 길에서 논의할 만한 의제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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