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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별세…일왕 훈장 거부한 반전 지식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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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 별세…일왕 훈장 거부한 반전 지식인

입력
2023.03.13 18:16
수정
2023.03.13 18:26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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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3일 사망 사실 발표
'사육' '개인적 체험' '침묵의 외침' '절규' 등 집필
1994년 일본 작가 중 두 번째 노벨상 수상자로
반전 및 평화 신념 아래…후기 사회운동에 전념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05년 서울국제문학포럼에 참가한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일본 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별세했다. 향년 88세. 전후 일본 문단을 이끈 작가이자 평화와 반전을 위해 목소리를 높여 온 대표적인 진보 문인이다.

일본 출판사인 고단샤는 13일 오에 작가가 지난 3일 노환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장례식은 가족들이 치렀고, 추도식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에는 도쿄대 재학시절인 1957년 폐쇄적인 전후 현실을 그린 '죽은 자의 사치'로 문단에 이름을 알렸다. 이듬해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아쿠타가와상을 받는다. 당시 최연소(23세) 수상 기록이었다. 불문학을 전공한 그는 청년 시절 사르트르와 실존주의에 빠져들었고 서구 스타일 글쓰기에 매진했다.

장애가 있는 장남 '히카리'의 탄생을 계기로 그의 문학 세계는 깊어졌다. 장애인의 출생을 주제로 인권을 유린당한 전후 세대의 문제를 파헤친 장편소설 '개인적인 체험'(1964)으로 신초샤 문학상을 수상한다. 이후에도 반핵, 장애 등 묵직한 주제의 소설을 계속 써냈다. 대표작으로는 '절규' '침묵의 외침' '만엔 원년의 풋볼' 등이 있다.

오에는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설국'의 가와바타 야스나리(1968년)에 이어 일본인으로는 두 번째 수상자다. 당시 스웨덴 한림원은 “시적인 힘으로 생명과 신화가 응축된 상상의 세계를 창조해 현대인이 처한 고통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작가는 수상 직후 아키히토 일왕의 문화훈장 수여를 거부해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천황제를 비판하는 전후 민주주의자로서 신념을 지킨 결단이었다.

일본 우익의 위협에도 일제 침략 문제와 평화헌법 개정에 소신 발언을 멈추지 않았다. 노벨상 수상 연설에서도 “(일본 헌법의) ‘영구평화’ 포기는 아시아인과 원폭 피해자들에 대한 배반”이라고 밝혔고, 2004년 일본 평화헌법을 지키기 위한 모임 '9조의 모임'에 참여하기도 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 뒤에는 진보 진영 거장으로서 원전 문제에도 목소리를 냈다.

한국과 인연도 깊다. 여러 차례 내한했으며 한국의 군부독재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1970년대 김지하 시인이 투옥됐을 때는 단식 투쟁까지 하면서 항의했고 1980년 광주민주화운동이 발생하자 일본 내 진보적 지식인들과 함께 군부 쿠데타 반대성명을 내기도 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도 비판적으로 바라봤다.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을 규탄하고, 2015년 방한 때는 위안부 피해 문제에 "일본 정부나 국민이 충분히 사죄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 국가가 사죄해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2015년 반전 및 평화운동에 전념하고 싶다면서 절필 선언을 했고 이후 사회운동에 힘을 쏟았다.



진달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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