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양회(전인대·정협) 폐막... 시진핑 연설
시진핑 "대만 통일" 강조...대미 강경 노선 확인
국방·외교장관에 미국이 껄끄러워 하는 강경파
'미국·중국 해빙 무드' 기대감 일단 사라져
13일 폐막한 중국의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정치협상회의)는 미중 관계의 더 큰 격랑을 예고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국가주석직 3연임을 확정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폐막 연설에서 "강철 만리장성"을 언급하며 미국에 대한 투쟁 노선 강화를 시사했다. 아울러 미국의 제재 대상에 오른 군 지휘관과 '전랑(戰狼·늑대전사)외교'를 상징하는 외교관을 대미 투쟁의 선봉장으로 각각 내세웠다.
올해 초까지 미중 관계는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의 '2월 방중'을 계기로 해빙 무드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정찰 풍선' 사태로 양국이 충돌한 데 이어 중국이 강경 노선을 천명하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시진핑 "대만 간섭에 결연히 반대할 것"
시 주석은 13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전인대 제14기 1차 회의 폐막식에서 '황제 대관식'을 마무리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양안 관계의 평화로운 발전을 추진하는 동시에 외부 세력의 간섭과 대만 독립·분열 활동에 결연히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3기의 시작을 알리는 자리에서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에 조금도 양보하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은 것이다.
시 주석은 국가 안보 강화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중국군은 인민의 주권, 안보, 발전 이익을 효과적으로 수호할 '강철 만리장성'을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1년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사에서 "우리를 괴롭히는 외부 세력은 강철 만리장성에 부딪혀 머리가 깨져 피가 날 것"이라며 미국에 날렸던 거친 경고 메시지를 재차 발신한 것이다.
미국 제재 대상을 국방부장에..."전랑외교 2.0 버전"
시 주석은 이번 전인대에서 미국이 껄끄러워 하는 인물들을 중용했다. 12일 중국의 새 국방부장에 임명된 리상푸는 중국군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의 제재를 받은 인물이다. 그는 2017년 인민해방군 무기 구매·개발을 담당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장비개발부장이었는데, 이듬해 미국은 그를 러시아의 S-400 지대공미사일시스템 구매 책임자로 지목해 자산 동결·외환 거래 제재 대상에 올렸다. 리 부장의 미국 측 카운터파트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부 장관으로선 제재 대상을 상대로 긴장 완화 방안을 논의해야 하는 셈이다.
오리아나 스카일러 마스트로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리상푸 카드는 '대화를 거부하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라는 중국 측 주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대화를 원하지만, 미국이 카운터파트를 제재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 위한 인사일 수 있다는 뜻이다.
외교 라인 역시 껄끄럽긴 마찬가지다. 외교부 대변인과 주미대사 시절 미국에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전랑외교의 상징으로 떠오른 친강 외교부장은 지난해 12월 외교부장에 취임했고, 이번 전인대에서 부총리 바로 아래 서열인 국무위원에 선출됐다. 전임자인 왕이 중앙정치국 위원이 외교부장 임명 이후 5년 만에 국무위원이 된 것에 비하면 초고속 승진이다. "미국에 강경한 친 부장에게 힘을 실어주겠다는 시 주석의 의중이 실린 인사"라는 해석이 많다.
친 부장은 지난 7일 외교부장으로서 첫 기자회견에서 "브레이크를 밟지 않으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미국에 날을 세웠다. 알프레드 우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중국은 앞으로 '전랑외교 2.0' 버전을 보여줄 것"이라며 "(시진핑 집권 3기에) 중국의 대미 외교가 다소 유화적으로 변할 것이란 기대감은 이제 사라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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