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의 신도시 특성 반영 사건'
일장기 사태 후 태극기 운동 확산
탄탄한 공동체=큰 사회적 자본
"공동체 서로 묶는 노력 경주 필요"
세종에서 태극기가 휘날리고 있다. ‘3·1절 일장기’ 논란 여파로 일장기가 내걸렸던 아파트 단지는 물론, 관내 다른 아파트와 교회 등 다양한 지역 커뮤니티들이 ‘태극기 3월 한 달 게양’에 나선 결과다. 국기가 도시 곳곳에 걸린 게 이상할 것은 없지만,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태극기 게양 운동을 바라보는 세종시와 시민의 심정은 복잡하다.
세종 신도시에 자리 잡은 한 교회 관계자는 13일 “지난주 교회연합회로부터 태극기 달기 운동 동참 협조문을 받았다”며 “목사로 알려진 한 인사의 돌출 행동으로 3·1절이 어지러웠던 만큼,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목사로 알려진, 같은 목회자의 기행에서 비롯된 논란인 만큼 ‘교회가 무엇이라도 하긴 해야 한다’는 여론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세종에서는 각 아파트 단지들도 아파트 방송시스템을 통해 각 가구에 3월 한 달 태극기 게양을 독려했다. 한 아파트 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파문 직후부터 일부 시민을 중심으로 태극기 게양 운동이 일었고, 거기에 세종시까지 나서 태극기 게양을 제안하면서 더 많은 입주민이 호응하고 있다”며 “3·1절 때보다 태극기가 더 많이 걸렸다”고 말했다. 최민호 시장은 지난 6일 시청에서 열린 월례회에서 “우리가 단결하고, 애국심을 고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공무원들에게 태극기 달기 운동에 적극적인 동참을 제안했다.
시민들이 태극기 걸기 운동에 참여하고 있지만, 세종 시민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전국 각지에서 온 이주민들로 구성된 신도시 특성상, 언제 어디서든 그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세종 생활 10년 차 주민 권모(54)씨는 “이주민으로 이뤄진 도시 특성을 감안하면 3·1절 일장기 사태가 아주 엉뚱한 일은 아니었다”며 “지역공동체가 보다 탄탄해지고, 그 공동체끼리 촘촘하게 연결되지 않는 이상 그 같은 일은 또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장기 사태가 이웃 간 소통 부족, 연대감·소속감 결여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것이다.
실제 이 같은 우려는 각종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게 옅은 소속감이다. 올해 초 발표된 ‘2022 세종 사회조사’에서 ‘세종 시민’이라는 소속감을 느낀다고 답한 사람의 비율은 39.1%로, 2020년 조사(46.1%) 때보다 하락했다.
문제는 20년 전 세종시가 설계될 때부터, 또 10년 전 세종시 출범 뒤 공동체 형성을 위해 유ㆍ무형의 노력이 경주됐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적표가 나왔다는 데 있다.
세종시 건설 업무를 맡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관계자는 “아파트 단지에는 담장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대신 단지를 순환하는 공공보행통로를 설치해 주민들이 그 어느 지역보다 어울릴 수 있도록 하는 등 공동체 육성을 위한 다양한 계획이 반영된 도시”라며 “그 결과 공동육아, 공동교육이 이뤄지는가 하면 주민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단, 스포츠동아리, 벼룩시장이 활발했다”고 말했다.
실제 이 같은 도시 기반 덕분에 세종시민의 삶의 만족도는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사회조사 결과 시민들의 ‘삶의 만족도’는 6.5점에서 지난해 6.7점으로, ‘행복 경험’은 6.6점에서 6.8점으로 올랐다. 전국 최고 점수다. 세종시 관계자도 “각 지역에서 온 시민 간의 소통 기회를 확대하고, 지역 현안을 마을 구성원들이 직접 발굴해 공동으로 해결하면서 결속력을 다질 수 있도록 하는 등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위해 노력했다”며 “그러나 이번 일장기 사태에서처럼 계속 유입되는 이주민 모두를 끌어안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종시가 매력적인 도시로 성장하기 위해선 탄탄한 공동체를 사회적 자본으로 인식하고 보다 큰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흥주 대전세종연구원 세종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지역사회 구성원 간의 신뢰와 결속은 다른 가치로 환산하기 힘든 사회적 자본”이라며 “다양한 가치의 공동체가 공존하고, 그 공동체들이 또 함께 굴러갈 수 있도록 이들을 묶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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