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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이 가져온 매직과 실직

입력
2023.03.1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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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이맘때 인간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이세돌 9단에게 완승하면서 주목됐던 인공지능(AI)이 지난해 말 생성형 AI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일자리 잠식과 창출 사이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가져왔다. 게티이미지뱅크

7년 전 이맘때 인간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이세돌 9단에게 완승하면서 주목됐던 인공지능(AI)이 지난해 말 생성형 AI로 업그레이드되면서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가운데, 일자리 잠식과 창출 사이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가져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처음엔 놀라웠지만 갈수록 두렵기도 하고 당황스러웠습니다.”

눈앞에서 펼쳐진 신세계에 마음은 들떴지만 이내 복잡한 심정도 따라왔다고 했다. 4000년 역사로 내려온 반상(盤上) 족보에서조차 볼 수 없었던 상상 초월의 수순을 복기하면서다. 2016년 3월, 깜짝 등장한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당시 인간계 최강자로 군림했던 이세돌 9단에게 보여준 완승 대국을 떠올린 한 중견 프로바둑 기사의 관전평이다. 알파고의 파격적인 수읽기에 열광하면서 바둑 대중화가 유도됐지만 더불어 엄습한 국내 반상 생태계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긴 어려운 듯했다. 당장 알파고 출현 이후,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바둑 스승의 자리부터 AI에 내주면서 그의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또 다른 프로바둑 기사는 “알파고 등장 이후부턴 대부분의 기사가 집에서 AI로 연구하는 게 사실이다”며 “그렇다 보니, 은퇴한 프로 기사들이 후진 양성으로 이어왔던 생업에도 지장이 생겨나고 있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다.

7년 전 바둑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알파고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천재 프로바둑 기사인 이세돌 9단을 확실하게 압도하면서 사실상 무한대 경우의 수로 점철된 기존 반상의 패러다임까지 완전히 바꿔 놨다.

지난해 말부터 선보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챗GPT’를 계기로 불어닥친 생성형 AI 광풍이 거세다. 데이터나 패턴 학습에 따라 운영됐던 기존 AI와 달리 텍스트나 음성, 이미지 활용 등으로 짧은 시간 내 새로운 콘텐츠 창작까지 가능한 내공에 주목하면서다. 챗GPT의 초반 흥행 성적표도 역대급이다. 출시 2개월 만에 1억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데 이어, 지난달 월정액 20달러로 선보인 유료화 버전엔 불과 사흘 동안 100만 명이 몰렸다.

하지만 동전에 양면이 존재하듯, 갈수록 짙어지는 혁신 생성형 AI 이면의 그림자는 부담이다. 이미 윤리적인 문제부터 저작권과 표절, 가짜뉴스 양산 등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로 불거진 부작용이다. 태생적으로 양심 없이 잉태된 AI의 한계라고 치부하면서 뭉개기엔 감당할 내상 정도가 심각하다.

이 가운데 일자리 문제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최근 생성형 AI 시장 주도권 쟁탈전에 돌입한 MS와 구글이 각각 1만여 명 이상의 정리 해고를 단행하면서도 AI 분야엔 수십억 달러의 투자에 나선 행보부터 눈여겨볼 대목이다. 최근 자국 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여론 동향 파악을 AI 챗봇에 일임한 루마니아 총리실의 행보 역시 예사롭지 않다. 국내에선 현대백화점이 광고와 판촉 행사 소개문에 사용될 문구 초안 작성을 AI 카피라이터에 맡겼다.

물론, 생성형을 비롯한 AI가 모든 직종을 대체하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오히려 AI가 각 산업군에 접목될 경우, 생산성 향상 여부에 따라선 더 많은 일자리가 파생될 것이란 긍정적인 관측도 나온다. AI를 실업난의 주범이 아닌 고용난 해결의 도우미로 활용할 수 있단 시각에서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다. 새롭게 생겨난 직종에서든, 기존 분야에서 업그레이드된 일자리에서든 AI와의 공존은 필수다. AI 없인 지속가능성이나 경쟁력을 장담할 수 없단 얘기다. AI가 일자리 잠식이 아닌 창출의 인큐베이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보다 실용적인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허재경 이슈365팀장

허재경 이슈365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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