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2시 공연 직후 예술감독이 에투알 승급 발표
쉬제에서 프리미에르 당쇠르 건너뛰고 에투알로
이례적으로 해외 투어 중 지명
“파리 오페라 발레(POB) 무용수들의 삶에는 공연이 끝난 후 관객과 공유하는 무척 특별한 어떤 공동의 순간이 있습니다. 바로 꿈의 실현, 에투알 지명입니다."
30년 만에 내한한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의 새로운 별이 서울 공연에서 탄생했다. 11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POB의 '지젤' 오후 2시 공연이 끝난 뒤 커튼콜에서 호세 마르티네스 POB 예술감독이 알브레히트를 연기한 기욤 디오프(23)의 에투알(별·수석 무용수) 승급을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해외 공연 중 에투알로 지명된 디오프에게도, 세계 최고(最古) 발레단의 에투알 지명을 '직관'한 한국 관객에게도 잊지 못할 순간으로 남게 됐다. 디오프는 얼굴을 감싸 쥔 채 감격해하다 지젤을 연기한 도로테 질베르, 마르티네스 예술감독을 차례로 부둥켜안았다.
POB 무용수들은 '카드리유(군무진)', '코리페(군무 리더)', '쉬제(솔리스트)', '프리미에르 당쇠르(제1무용수)', '에투알'의 5등급으로 구분된다. 각 등급은 매년 엄격한 승급 시험을 통해 정해지며 에투알은 예외적으로 승급 시험 없이 예술감독의 추천을 받아 파리 오페라 극장장이 지명한다.
파리 오페라 발레학교를 졸업하고 2018년 POB에 입단한 디오프는 지난해 코리페를 거쳐 올해 쉬제로 승급하자마자 프리미에르 당쇠르를 건너뛰고 에투알에 올랐다. POB에서 프리미에르 당쇠르를 거치지 않고 에투알이 된 사례는 1985년 로랑 힐레르, 1986년 마누엘 레그리, 2004년 마티외 가니오 등으로 극히 드물다.
디오프는 이번 공연에서 지젤과 사랑에 빠지는 알브레히트를 처음 연기했다. 애초 POB의 간판스타인 에투알 질베르와 함께 8일, 11일 오후 2시 회차에 캐스팅된 에투알 위고 마르샹의 갑작스러운 무릎 부상으로 대신 알브레히트 역을 맡았다.
이미 '라 바야데르', '돈키호테', '로미오와 줄리엣', '백조의 호수' 등에서 주역을 맡았던 디오프는 대타로 무대에 나섰다는 사실을 잊게 할 정도로 탁월한 테크닉과 연기력을 보여줬다. 윌리들에게 둘러싸여 죽음에 이를 때까지 춤을 춰야 하는 2막의 알브레히트의 독무 장면이 압권이었다. '지젤'은 국내에서도 자주 공연되는 레퍼토리지만 디오프가 구사하는 두 발을 여섯 번 교차하는 '앙트르샤 시스'는 차원이 달랐다.
디오프는 마르티네스 예술감독이 지난해 12월 취임한 후 마크 모로, 해나 오닐에 이어 세 번째로 지명된 에투알이다. 디오프의 승급으로 POB 에투알은 2021년 동양인 최초로 에투알이 된 박세은을 포함해 총 18명이 됐다. 프랑스인 어머니와 세네갈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디오프는 POB의 첫 흑인 에투알이기도 하다. 디오프는 2020년 흑인 인권 운동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후 'POB가 인종 문제를 둘러싼 침묵을 깨야 한다'는 공개서한을 작성한 무용수 5명 중 1명이었다.
POB는 이날 오후 7시 30분 공연을 끝으로 3, 4일 대전, 8~11일 서울에서의 내한 일정을 마쳤다. 에투알이 된 디오프는 4월 21일부터 5월 28일까지 프랑스 바스티유 극장에서 공연되는 모리스 베자르 안무 작품에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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