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은행 매각 추진하자 발 빠르게 개입
은행 자산과 예금 국립은행에 이전
2008년 워싱턴뮤추얼 이후 두 번째 큰 규모
미국 금융당국이 10일(현지시간) 자금난에 시달리던 실리콘밸리은행(SVB)에 폐쇄 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SVB의 자산과 예금은 미 금융당국이 설립한 국립은행으로 이전되고, 예금 지급 업무도 이 은행이 대행한다. 사실상 은행이 파산한 것이다.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이날 SVB에 대해 폐쇄 조치를 내리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예금 지급 업무를 하도록 했다. FDIC는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이름의 새 은행을 설립하고, SVB의 모든 자산과 예금을 몰수해 이 은행으로 이전했다.
SVB는 약 2,090억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미국에서 16번째로 큰 은행이다. 미 언론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무너진 워싱턴뮤추얼 은행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은행 파산이라고 설명했다.
자금난을 겪던 SVB는 지난 8일 보유 중이던 국채를 대규모 손실을 보고 매각한다고 발표한 뒤 급속도로 무너졌다.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은행 매각 자체도 추진했으나, 미 금융당국은 시장 혼란을 우려해 즉각 개입해 은행 폐쇄 조치를 내렸다.
1982년 설립된 SVB는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스타트업계에 자금 지원을 해왔던 대표 은행이다. 미국 테크·헬스케어 벤처기업 중 44%가 SVB 고객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SVB 파산이 미 벤처업계에 후폭풍을 몰고 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SVB 파산은 미국 은행 산업 전반에 대한 불안감도 높이고 있다. 이날도 뉴욕 증시에서 금융주는 대부분 내렸는데, 특히 중소형 규모인 팩웨스턴 뱅코프와 웨스턴얼라이언스 은행은 각각 35.5%, 23.8% 폭락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미국 금융기관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 대형 은행들의 재무 사정은 양호하고 스타트업계에도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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