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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몰린 '한국 인디게임의 기적', 넥슨 프로젝트 유출 논란 휩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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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명 몰린 '한국 인디게임의 기적', 넥슨 프로젝트 유출 논란 휩싸이다

입력
2023.03.11 17:0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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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인디 게임 '다크앤다커'
넥슨 "이탈 개발자들이 게임 자료 유출"
제작사 아이언메이스는 "대기업의 횡포" 맞서

'다크앤다커' 게임 콘셉트 이미지. 아이언메이스 제공

'다크앤다커' 게임 콘셉트 이미지. 아이언메이스 제공


한국의 작은 개발사 '아이언메이스'가 만든 게임 '다크앤다커'는 지난해 말부터 국내외 게임업계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처음엔 감탄이었다. 알파테스트 단계에서 입소문만으로 동시접속자 10만 명을 모으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키면서다. 뒤따른 것은 논란이었다. 게임이 사실 넥슨 내에서 소규모 프로젝트로 개발되다가, 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나며 고스란히 개발 내용을 가져가 게임을 만들었다는 의혹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이언메이스는 9일 국내 언론에 배포한 공식 입장을 통해 "다크앤다커는 시작부터 아이언메이스에서 직접 개발한 게임이고, 부적절한 영업 비밀을 사용한 바가 없다"면서 "우리는 대기업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언메이스가 매체를 상대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7일 경찰이 아이언메이스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기서 '대기업'은 넥슨을 가리킨다. 넥슨은 다크앤다커가 넥슨의 신규개발 프로젝트인 'P3'를 무단 유출해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판단했다. 넥슨 감사·법무실은 전날(8일) 사내공지를 통해 "다크앤다커는 게임의 거의 모든 부분이 P3 프로젝트와 매우 흡사해 독립적으로 개발됐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넥슨 "프로젝트 리더가 게임 개발 정보 유출"

넥슨의 '프로젝트 P3'(위 사진)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플레이 장면. 트위터 캡처

넥슨의 '프로젝트 P3'(위 사진)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 플레이 장면. 트위터 캡처


넥슨과 아이언메이스의 다크앤다커를 둘러싼 분쟁의 전말을 되짚으려면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넥슨 측에 따르면, 넥슨은 2020년 7월 신규개발본부에서 P3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1인칭 슈팅과 역할수행게임(RPG)을 혼합한 장르에 중세 판타지 세계관, 이용자간대결(PVP) 등 기획의 대체적 모습이 다크앤다커와 흡사했다.

문제는 2021년에 생겼다. 당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개발자의 재택 근무가 잦았다. 넥슨은 이 시기에 P3의 프로젝트 리더 A씨가 소스코드를 포함한 대부분의 개발 정보를 개인 소유의 외부 서버에 무단 반출한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에 더해 A씨는 P3 프로젝트 구성원 전원에게 외부 투자가 유치됐다면서 외부에서 P3와 유사한 게임을 출시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A씨는 같은 해 7월 징계 해고됐다. 넥슨은 A씨에게 데이터 도용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 서버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A씨는 서버를 완전히 삭제했다면서 제출을 거부했다. 이에 넥슨은 다음달인 8월 A씨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이유로 고소했고, 현재도 수사가 진행 중이다. 아이언메이스 측에 따르면 경찰은 2022년 1월 한 차례 압수수색을 했고, 지난 7일에도 소송 당사자와 대표이사, 직원 등의 개인 태블릿, 휴대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아이언메이스 '다크앤다커' 영업비밀 유출 논란 일지.

아이언메이스 '다크앤다커' 영업비밀 유출 논란 일지.


A씨가 해고된 후, P3를 제작하던 팀의 절반 이상이 넥슨을 떠났다. 주요 인력이 사라지면서 넥슨은 사실상 포기하고 'P7'이라는 새로운 프로젝트로 전환했다.

넥슨을 이탈한 P3 팀은 같은 해 10월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했고, P3의 기획파트장은 현재 아이언메이스 대표를 맡았다. 이들은 설립 10개월 만인 지난해 8월부터 다크앤다커의 알파(미완성) 테스트를 진행했다. 국내외 유명 게임 스트리머(온라인 방송 진행자)들이 게임에 주목하면서 입소문을 탔고 큰 기대를 모았다. 다수의 게임 유통사도 아이언메이스와 협업 논의를 전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게임이 주목을 받자, 개발자들이 모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서는 해당 게임이 사실 넥슨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는 언급이 조금씩 나왔다. 이 사건은 올해 2월 게임 전문 매체인 '디스이즈게임'에서 다루면서 'P3 유출 의혹'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직원 수가 20여 명에 불과한 아이언메이스가 1년도 안 돼 완성도 높은 게임을 공개해 성과를 얻었던 것은 사실 넥슨의 지원을 받다가 이탈해 만든 게임이기 때문이란 주장이다.



아이언메이스 "대형 게임사 착취적 행태에 질려"

다크앤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의 회사 소개 페이지. '한국 개발사의 착취적 행태에 질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이언메이스 홈페이지 캡처

다크앤다커 개발사 아이언메이스의 회사 소개 페이지. '한국 개발사의 착취적 행태에 질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이언메이스 홈페이지 캡처


아이언메이스는 이런 주장들이 넥슨의 언론 플레이 결과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P3와 다크앤다커가 비슷해 보이는 것은 장르의 유사성일 뿐, 다크앤다커 자체는 모두 아이언메이스 내에서 처음부터 만들어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입장이다.

아이언메이스는 지난달 18일 개발진과 게이머 소통을 위해 게이머용 메신저 '디스코드'에 개설한 서버를 통해 "우리 코드는 처음부터 만들어졌고, 대부분의 자료는 언리얼 엔진 마켓플레이스(3D 그래픽 개체 거래소)에서 구매했으며 나머지 게임 디자인은 자체 제작했다"고 밝혔다. 9일 입장문에서는 "시작 단계부터 모든 개발 기록이 빠짐없이 기록돼 있고, 날짜별 개발 영상 또한 촘촘하게 보유하고 있으며 필요하다면 이런 기록을 바탕으로 우리의 주장을 입증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이언메이스가 정확히 밝히지는 않고 있지만 이들이 이탈을 전후해 넥슨과 갈등을 빚었음을 암시하는 정황도 있다. 아이언메이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을 "착취적이고 탐욕스러운 관행에 환멸을 느낀 숙련된 게임 개발자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하고 "대형 게임사들이 손쉬운 수익을 위해 영혼을 팔고 게이머에게 즐거움을 가져다 주는 대신 카지노처럼 변하는 모습을 봤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에는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선 넥슨이 '확률형 아이템' 등 착취적 비즈니스 모델을 활용했다면서 아이언메이스의 주장을 지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언메이스가 "대기업의 횡포에 맞서겠다"면서 '저항군'의 이미지를 취해 넥슨으로부터 자료를 유출했다는 명백한 잘못을 흐리려 한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증명 어려운 '기술유출' 인정받을까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의 모습. 뉴스1

경기 성남시 분당구 넥슨 사옥의 모습. 뉴스1


게임업계에선 해당 사건이 게임의 기술유출 또는 표절 문제를 법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현실의 반영이란 시선이 있다.

게임 자료 유출을 둘러싼 법적 분쟁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건으론 엔씨소프트와 블루홀스튜디오(현 크래프톤) 사이에서 벌어진 '리니지 3' 유출 사건이 있다. 당시 법원은 엔씨소프트에서 퇴사하면서 리니지 3의 기획과 자료 등을 유출한 직원 개인들이 부정경쟁방지법상 영업비밀을 침해했음을 인정해 형사소송에서 유죄로 판결했고, 민사소송에서도 관련 자료 삭제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법원은 유출 자료가 당시 블루홀이 개발하던 '테라'에 사용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고, 개발자들의 이탈로 인해 리니지 3의 개발이 중단돼 손해를 입었다는 엔씨소프트 측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사건에선 아이언메이스가 실제 넥슨 내에서 개발하던 자료나 코드를 가져와 그대로 사용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으로는 이 사건으로 인해 게임사들이 재택근무를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개발자에 대한 통제를 엄격하게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건의 계기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고, 개발자들이 자료를 집으로 가져가 저장하는 것을 허용하는 등 보안정책 적용이 다소 느슨해지는 과정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 넥슨 노사는 지난달 기본급을 평균 8% 인상하기로 합의하면서 노조가 재택근무 요구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사건은 보안 규정이 재택근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개인의 비위로 뚫린 성격이 짙다"면서 "개발자들 입장에선 업무 환경의 퇴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인현우 기자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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