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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 성지' 치앙마이 하늘에 무슨 일이? "공기 질 역대 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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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살기 성지' 치앙마이 하늘에 무슨 일이? "공기 질 역대 최악"

입력
2023.03.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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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미세먼지 농도 '안전' 수준의 3배
중앙정부 15일 긴급회의 열고 논의

미세먼지로 뒤덮인 치앙마이 하늘. 방콕포스트 캡처

미세먼지로 뒤덮인 치앙마이 하늘. 방콕포스트 캡처

하늘이 누렇다 못해 주황빛까지 감돈다. 마스크 없이는 외출하지 못한다. 집 밖에 나가 봐야 눈이 따가워 돌아다닐 수도 없다. “안경이 아니라 고글이, 마스크가 아니라 방독면이 필요한 수준”이라는 하소연마저 나온다.

저렴한 물가와 다양한 먹거리, 따뜻한 날씨, 높은 치안 수준으로 한국에서 ‘한 달 살기 성지’로 인기를 끈 태국 제2 도시 치앙마이 이야기다. 치앙마이 하늘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화전 일구다 시작된 산불, 미세먼지로

10일 방콕포스트 등 태국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지난달부터 치앙마이에선 바로 앞의 건물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각하다. 이달 들어 치앙마이를 비롯해 람팡, 람푼, 치앙라이, 매홍손 등 태국 북부지역 초미세먼지 농도가 연일 110~150㎍/㎥ 안팎을 찍었다.

국제보건기구(WHO)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24시간 평균 25㎍/㎥를 넘지 않도록 권고한다. 태국에선 50㎍/㎥ 이하를 안전한 수준으로 본다. 75㎍/㎥를 넘어갈 경우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하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 치앙마이 하늘은 유독 가스나 다름없는 셈이다.

10일 치앙마이의 공기질지수(AQI) 역시 174로, 방글라데시 다카, 인도 뭄바이와 뉴델리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대기 상황이 나쁜 도시'로 기록됐다.

가장 큰 원인은 산불이 만들어내는 미세먼지다. 매년 1, 2월 태국 북부 농민들은 4월 파종을 앞두고 땅을 개간하기 위해 고의로 불을 지르는 화전(火田) 작업을 한다. 예년과 달리 올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면서 2월에 시작된 불길이 아직도 꺼지지 않았다. 코로나19 이후 늘어난 관광객으로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뿜어내는 배기가스까지 더해졌다. 정부는 인근 국립공원과 야생동물 보호 구역을 폐쇄했다.

미세먼지로 뒤덮인 치앙마이 하늘. 파타야메일 캡처

미세먼지로 뒤덮인 치앙마이 하늘. 파타야메일 캡처


관광이 GDP 20%인데... “관광객 떠날라”

누런 하늘이 며칠째 이어지면서 태국인들은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낸다. 태국 공중보건부는 지난달 북부지역을 포함해 전역에서 호흡기 질환을 앓은 사람이 37만6,000명으로, 전달(16만3,000명)보다 두 배 이상 뛰었다고 밝혔다.

주정부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야외 활동을 중단하라고 권고했다. 각 가정에 마스크를 배포했고, 노약자가 있는 집은 음식, 의약품을 준비해 두라고 당부했다. 초중고교는 임시 휴교를 검토 중이다.

급선무는 당장 눈앞의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나 소방차와 헬기를 동원해 하늘과 땅에서 물을 뿌려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다. 구름 씨앗을 활용해 인공 강우를 유도하는 방안도 고려되고 있다.

중앙정부도 나섰다. 태국 국가환경위원회는 오는 15일 회의를 열고 북부 대기오염을 긴급 안건으로 다룬다. 위원회 관계자는 “산불을 일으키거나 농지를 태우는 사람에 대해 엄격한 법 집행을 하고, 대기오염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오염은 태국 경제도 위협한다. 태국은 관광으로 먹고산다고 할 만큼 관광산업 의존도가 높다. 관광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20%까지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면 경제 악영향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팔롭 사지에 치앙마이관광산업협의회 회장은 방콕포스트에 “아직 가시적인 예약 취소 사태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나쁜 대기 질이 장기적으로 관광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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