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2년부터 올해 상반까지 한국 대중음악시장은 그야말로 프로듀서 250의 시대였다. 자신의 첫 정규 음반인 '뽕'으로 음악 팬들은 물론 국내외 평단의 호평을 이끌어 낸 데 이어 자신이 메인 프로듀서로서 작업에 참여한 그룹 뉴진스(New Jeans)의 앨범으로는 미국 빌보드 '핫100' 진입까지 성공시킨 그는 대중성과 음악성를 함께 거머쥐며 단숨에 한국 대중음악계의 중심에 섰다.
그가 작업한 결과물에 대한 호평은 지난 5일 발표된 제20회 한국대중음악상(이하 한대음)에서의 호성적으로 이어졌다. 250은 올해 한대음에서 '올해의 음반' '올해의 음악인' '최우수 일렉트로닉 음반' '최우수 일렉트로닉 트랙' 부문을 수상하며 4관왕에 올랐다. 여기에 그가 편곡 작업에 참여한 뉴진스가 수상한 '최우수 케이팝 음반' '최우수 케이팝 노래' 부문까지 더하면 무려 6관왕에 오른 셈이 됐다.
특히 250의 이번 수상은 한대음 역사상 일렉트로닉 장르 최초의 '올해의 음반' 수상작이자 사상 두 번째의 한 해 최다 수상 타이기록으로 의미를 더했다. '올해의 음반'과 '올해의 음악인' 부문 동시 수상 역시 무려 10년 만의 기록이라는 점은 250이 지난해 한국 대중음악계에 남긴 엄청난 성취를 증명한다.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진행한 250은 이번 수상에 대해 "무엇보다 일렉트로닉 장르 최초로 '올해의 음반' 부문을 수상했다는 것이 기쁘다. '뽕'이 일렉트로닉 장르로 구분된 것이 뜻깊었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뽕'이) 특정 장르를 타깃으로 한 앨범은 아니었지만 스스로는 항상 일렉트로닉 장르라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일렉트로닉 장르로 이번 상을 수상했다는 점이 더 기분 좋았어요. 아직까지 누군가가 제 음악을 듣는 것도, 제 이름으로 나온 앨범이 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인데 한대음 후보에 이름을 올렸을 뿐만 아니라 호평을 받았다는 것도 뜻깊었죠."
"무모한 앨범 같았던 '뽕'"
지난해 대중음악계의 호평을 휩쓸며 한대음 수상까지 휩쓴 '뽕'은 250이 앨범을 처음 기획한 이후 7년 만에 탄생한 앨범이었다. 250은 길었던 앨범 제작 기간에 대해 "7년 동안 앨범 제작을 꾸준히 빌드업했다기 보다는 헤맸던 시간이 더 많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저는 노래나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프로듀서인데 제 이름을 걸고 앨범을 내는 것이다 보니 어떤 형태의 앨범을 내야할까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앨범의 키워드를 정한 뒤에도 오랜 시간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맸었고요. 당시에는 헤매기만 한 시간이 길었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돌아보면 그 모든 것이 필요했던 과정들이었어요. 불안해하면서 해왔던 모든 선택과 과정들이 틀리진 않았구나 싶더라고요. 물론 그 시기를 거치지 않았다고 해도 앨범은 어떻게든 완성됐겠지만, 돌아보니 의미가 있던 시간이었어요."
앞서 보아·NCT 127·ITZY·이센스·김심야 등 다양한 가수들의 곡 작업에 참여하며 프로듀서로서 꾸준한 커리어를 쌓아왔던 그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낸 첫 정규 앨범이 이처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은 더욱 고무적이다.
"프로듀서로서 곡 작업을 할 때와는 달리 저의 개인적인 색깔이 오롯이 들어가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욕심을 냈었어요. 이 앨범이 왜 250의 이름으로 나와야 하는지, 충분히 개인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뿐만 아니라 이 앨범이 2022년에 나오는 명분도 있어야 했어요. 촌스러우면서도 세련되고, 개인적이면서도 확실히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는 저만의 미션이 있었죠. 개인적으로는 이 앨범을 처음 만들고자 했을 때의 목표치에 도달한, 자랑스러운 앨범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이번 앨범이 일반적인 가창이 들어간 앨범도 아닌데다 마니아틱한 분야의 연주곡도 아닌 만큼 '어디에 놓아도 어색한 앨범일 수 있겠다'라는 생각도 했었어요. 스스로는 '무모한 앨범'이라고 생각하면서 작업을 했는데, 의외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이 앨범의 방향성에 대해 같이 생각해주신 것 같아서 더 기뻤죠."
"250표 음악의 매력은..."
개인 정규 앨범부터 프로듀싱에 참여한 앨범까지, 250의 작업물이 국내외 가요계를 강타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250은 "비결이라기 보다는 희망사항이지만 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귀에 거슬리는 요소들은 최대한 과감하게 빼려고 한다"라고 입을 열었다.
"제 개인 앨범의 경우에는 의도적으로 거슬리는 소리를 넣기도 했지만, 제가 작업한 음악들을 전반적으로 돌아보면 듣기 편하고 좋으면서도 어느정도 감성적인 면이 더해진 것이 제 음악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디토(Ditto)'(뉴진스, 2023)도 마찬가지에요. 격한 리듬을 기반으로 하지만 코드 사운드나 멜로디는 동요처럼 편안한 느낌이죠. 서로 상반된 요소를 결합했을 때 더 극대화 된 맛이 느껴지는 것들이 있잖아요. 아포가토나 '단짠' 음식처럼요. 댄스 음악에 있어서도 마냥 신나는 음악에 신나는 가사를 얹기 보다는 조금은 씁쓸하고 허탈한 요소를 더했을 때 오히려 감상이 폭넓어지는 것 같아요."
굵직한 성과를 뒤로한 2023년 지금, 그가 정의하는 250의 음악은 '댄스 음악'이다.
"저를 정의 내리자면 '댄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에요. 댄스 음악에 대한 애정이 담긴 소개죠. (웃음) 엉뚱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음악이 진짜 좋으면 듣는 이가 몸을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지점에서 저는 누구라도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꾸준히 해 나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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