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성향 여당 '언론통제법' 추진에
이틀간 대규모 항의… "법안 철회"
"친서방" 요구에 러 개입 가능성도
옛 소련 연방이었던 조지아가 외국으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언론매체나 비정부기구(NGO)를 규제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다가 거센 반발에 9일(현지시간) 이를 철회했다. 해당 법안은 무산됐지만, 이를 계기로 터져 나온 친(親)러시아 성향의 여당에 쌓인 국민의 분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틈을 타 러시아가 영향력을 확대할 우려도 나오는 등 혼란은 여전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은 이날 외국 세력 영향의 투명성을 위한 법안(외국세력법)을 발의했던 여당 '조지아의 꿈'과 친여 정당 소속 의원들이 법안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수도 트빌리시 등지에서 수만 명이 모여 반대 시위를 벌인지 이틀 만이다. 관련 법은 언론사나 NGO가 연간 수입의 20%를 이상을 외국으로부터 지원받으면 외국 대행 기관으로 등록을 의무화하고, 자금 명세 등을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위반 시 벌금 및 최대 5년 이하의 징역형이 부과된다.
집권당은 '투명성 강화'를 법 제정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야당과 인권단체는 2012년 러시아가 정부에 비판적인 여론을 단속하기 위해 제정한 외국대리인법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법안이 통과되면 조지아의 민주주의와 인권, 법치주의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친러' 외치는데 국민은 반대
7일 조지아 의회에서 여당 주도하에 해당 법안이 1차 통과했다는 소식에 시작된 항의 시위는 이틀간 이어졌다.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트빌리시 의회 청사 앞에 모인 시위 참가자들은 국기와 유럽연합(EU) 깃발을 들고 "러시아식 악법을 철회하라"고 외쳤다. 경찰은 시위대 해산을 위해 물대포와 최루탄을 발사해 부상자도 발생했다. 여당은 결국 "법안을 철회하겠다"고 백기를 들었다.
뉴욕타임스는 친러시아의 성향의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분출됐다고 분석했다. 여당인 조지아의 꿈을 2012년 창당한 비드지나 이바니슈빌리는 러시아에서 사업으로 부를 쌓았고, 현재까지도 크렘린궁의 지원을 받는 인물로 알려졌다. 범유럽 싱크탱크 유럽국제관계협의회(ECFR)도 "여당이 조지아를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되돌려 놓으려 한다"고 했다.
반면 지난해 실시된 여론 조사에서 조지아인의 4분의 3 이상이 친서방 정책을 지지하는 등 갈등의 골이 깊다. 이번 사태로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 이후 이어진 반(反)러시아 여론도 거듭 고조되는 모양새다. 러시아는 2008년 조지아의 친서방 정책을 저지하려 친러 분리주의 지역 남오세이탸와 압하지야에 대한 정부의 탄압을 빌미로 침공에 나섰다.
조지아 야권 연대는 이날 성명에서 "조지아가 친서방의 길을 확실히 밟고 있다는 보증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이 과정(시위)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단 여권이 한발 물러서며 갈등은 봉합됐지만, 러시아의 개입 여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시위가 격화된다면 2014년 친서방파의 친러 대통령 축출, 이를 빌미로 한 크림반도 강제 병합 등으로 이어졌던 우크라이나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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