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전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량쯔충(楊紫瓊)은 아시아계 배우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안을까.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기생충’에 이어 비영어 영화로 역대 두 번째 작품상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을까. 12일 오후(현지시간·한국시간 13일 오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릴 제95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의 관전 포인트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작품상 예상
일단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에에올)의 강세가 예상된다. 다중우주를 오가며 가족의 사랑을 그린 영화다.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작품상을 두고 ‘이니셰린의 밴시’ ‘탑건: 매버릭’ ‘파벨만스’ ‘엘비스’ ‘아바타: 물의 길’ ‘서부 전선 이상 없다’ ‘타르’ ‘슬픔의 삼각형’ ‘위민 토킹’과 경쟁한다.
아카데미를 앞두고 열린 여러 시상식 결과는 ‘에에올’의 작품상 수상을 점친다. ‘에에올’은 미국프로듀서조합(PGA)상 프로듀서상(최고상), 미국감독조합(DGA) 감독상(최고상)을 받았다. 무엇보다 미국배우조합(SAG)상 앙상블상(최고상)을 받은 점이 고무적이다. 앙상블상은 아카데미 작품상과 직결된 경우가 많다. 2020년 ‘기생충’이 이 상을 받으며 기세를 올려 오스카 4관왕 신화를 썼다. SAG 소속 배우 1,302명이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이다. AMPAS 전체 회원(2020년 기준 9,921명) 중 13% 정도로 비중이 가장 크다. 배우들 마음을 사면 아카데미 경쟁에서 유리하다.
최대 경쟁자는 독일 영화 ‘서부 전선 이상 없다’와 ‘이니셰린의 밴시’가 꼽힌다.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영국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 부문을 휩쓸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반전 메시지를 담은 영화라 AMPAS 회원들 눈길을 끌 만하다. 리메이크영화이라는 점은 약점이다. 두 남자의 관계를 통해 아일랜드 근대사를 은유한 ‘이니셰린의 밴시’는 골든글로브상 뮤지컬ㆍ코미디 영화 부문 작품상, 영국 아카데미 영국 영화 작품상과 각본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다.
첫 아시아계 여우주연상 등 새 역사 기대
배우 부문 경쟁은 더욱 치열하다. 미국 연예전문지 할리우드리포터가 7일 “수십 년 내 가장 흥분되는 경쟁”이라 보도할 정도다. 특히 여우주연상에 관심이 쏠린다. 말레이시아 배우 량쯔충(에에올)이 수상하면 아시아계 최초라는 새 역사를 만든다. SAG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오스카 트로피에 가까이 갔다. 2010년 이후 SAG상 여우주연상 수상자가 오스카 수상에 실패한 경우는 단 3차례다. 케이트 블란쳇이 최대 라이벌이다. ‘타르’에서 베를린필 최초 여자 지휘자를 연기했다. 블란쳇은 영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드라마 영화 부문 여우주연상(량쯔충은 뮤지컬ㆍ코미디 영화 부문 수상) 등을 수상했다. 블란쳇은 2014년 ‘블루 재스민’으로 오스카 여우주연상 트로피를 품은 적이 있다.
남우주연상은 브렌던 프레이저(더 웨일)와 오스틴 버틀러(엘비스) 2파전 속에 콜린 패럴(이니셰린의 밴시)이 추격하는 모양새다. 패럴과 버틀러는 골든글로브 뮤지컬ㆍ코미디 영화 부문, 드라마 영화 부문 남우주연상을 각기 수상했다. 버틀러는 로큰롤의 제왕 엘비스 프레슬리(1945~1977)를 연기했다. 프레이저는 SAG상 남우주연상을 받아 고무돼 있다. 2010년 이후 이 상을 받은 배우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지 못한 경우는 2차례밖에 없다. 프레이저는 ‘더 웨일’에서 초고도비만으로 집에서만 생활하는 중년 사내로 변신했다.
남우조연상은 베트남계 미국 배우 키 호이 콴이 유력하다. 그는 ‘에에올’ 속 웨이먼드 역할로 SAG상 남우조연상을 포함해 60개가 넘는 상을 받았다. 영국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을 받은 배리 키오건(이니셰린의 밴시)이 유일한 적수다. 중국계 스테파니 수(에에올)와 베트남계 홍 차우(더 웨일)가 2021년 윤여정에 이어 여우조연상을 수상할지도 관심거리다. 하지만 제이미 리 커티스(에에올)와 앤젤라 바셋(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이 앞서 있다. 케리 콘돈(이니셰린의 밴시) 역시 유력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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