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인력 3배, 예산 100억 증가했지만
법원 전자발찌 부착 명령 폭증 탓 역부족
욕설 폭행 협박에 현장 상황은 '아슬아슬'
"시민 불안 커지는데 업무 부담 해소 안 돼"
"가뜩이나 자기 통제가 안 되는 사람들인데, 수시로 위치 확인하고 술 마시지 말라고 하면 솔직히 어떻겠어요. 오늘 무사히 넘겼으면 내일이 불안하고. 끝나지 않는 일을 하는 것 같아요."
2년 전까지 서울의 한 보호관찰소에서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자들을 관리했던 A씨는 자신이 경험한 보호관찰 업무를 '살얼음판'에 빗댔다. A씨가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관으로 일할 당시는 아동성범죄자 조두순 출소를 앞두고 시민들 불안이 최고조에 달한 때였다. 그는 "사람들 두려움은 갈수록 커지는데, 요구에 맞추려면 감독관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고 돌아봤다.
악명 높은 성범죄자들의 출소일이 다가오거나, 강윤성 등 강력범죄자들의 재범 소식이 들려올 때마다 한국 사회는 불안과 공포로 들끓었다. 지난달 법원은 2012년 전자발찌 부착자 서진환이 저지른 '중곡동 주부 살인사건'과 관련해 "보호관찰을 담당한 국가 기관이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며 국가배상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밀착 관리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지만, 현장에선 "보호관찰관의 업무 환경부터 나아져야 한다"며 "모든 책임을 관찰관에게 돌려서야 되겠느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인력·예산 확충에도, '1인당 관리 대상'은 그대로
실제로 인력과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보호관찰관들의 업무 부담은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19일 법무부 자료에 따르면, 전자감독 관리인력은 2018년 162명에서 2019~2020년 237명, 2021년 338명, 2022년 450명으로 5년간 3배 가까이 증가했다. 170억 원대이던 전자감독 예산도 100억 넘게 늘어 274억 원대가 됐다. 그러나 같은 기간 보호관찰관 1인당 관리 대상자는 19.3명에서 17.1명으로 줄어드는 데 그쳤다. 스웨덴과 호주 등 주요 국가 평균이 5~8명인 것에 비하면 업무 환경이 열악한 상황이다.
1인당 관리 대상이 거의 줄어들지 않는 데는 전자감독 대상자가 폭증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지만, 인력 운용의 문제도 거론된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부착 명령 확대는 사회 요구상 거스르기 어려운 흐름"이라면서 "신속수사팀과 일대일 관찰관 증원에만 치우쳐 일반 감독관들의 업무 부담은 등한시한 것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준수사항 위반자에 대한 엄정 수사를 위해 2021년부터 보호관찰소에 신속수사팀을 신설했으며, 현재 전국적으로 18개 관찰소에서 127명의 수사관이 근무 중이다. 이는 전체 전자감독 관리 인력의 25%에 달한다.
"발찌 끊겠다" "일 못 가면 돈 주냐" 진땀 빼는 감독관들
보호관찰관이 '극한 직업'으로 불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한국일보가 살펴본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혐의 유죄 판결문에는 관리 대상자들이 보호관찰관 지도에 따르지 않는 것은 물론 욕설과 폭행을 일삼는 행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공적 통제를 못마땅해하는 출소자들 특성을 고려하면, 관찰관 1명이 17명이나 감당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판결문에 따르면 2020년 광주 지역의 한 전자발찌 부착자는 한 달간 총 12회에 걸쳐 야간 귀가지도를 어기고, 이를 지적하는 보호관찰관에게 "XX, X 같네. 이제부터 직원들을 귀찮게 하겠다. 목을 매 자살하든지, 발찌를 끊든지 하겠다"고 협박했다. 또 외출 제한 위반으로 출동한 보호관찰관이 출석을 지시하자 "관찰소 가느라 일 못 하면 나한테 돈 줄 거냐. 담당자도 아니면서 상관하지 마라"며 반발하는 사례도 있었다. A씨는 "사람만 붙이면 관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만, 현장 상황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아슬아슬하다"고 말했다.
"공권력으로 모두 통제? 환상부터 버려야"
전자감독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5년 전부터 법무부가 목표로 삼았던 '1인당 관리 대상자 10명' 달성과, 그를 위한 추가 인력 지원이 절실하다. 다만 인력 문제에만 몰두한 나머지 '전자감독 만능주의'에 빠져서도 안 된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온다. 국가 행정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폭력 범죄 재판을 다수 맡아본 한 고법 부장판사는 "주요 선진국에선 지역사회 내에 상담치료와 민간 감시 등 성범죄 출소자를 감당할 수 있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며 "형사사법적 통제가 만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공 교수 역시 "공적 통제 환상에서 벗어나 시민관찰관 제도 등 해외 사례를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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