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감산 대책 내놓은 날... 北, 증산 독려
농식품부 "벼 면적 줄여 공급 과잉 개선"
“구조적인 쌀 공급 과잉을 해소하려면 사전에 벼 재배 면적을 줄여야 한다.”(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
“밭을 논으로 전환하기 위해 관개(물 대기) 시설 보강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북한 노동신문)
쌀 수급을 둘러싼 8일 한반도 남북의 풍경은 대조적이었다. 볏논 감축이 골자인 쌀 감산 대책을 남한 정부가 내놓은 이날 공교롭게 북측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논을 늘리기 위한 각급 노력을 맨 앞면에 소개하는 식으로 증산을 독려했다. 분단된 남북 간 식량 불균형에 의해 연출된 장면이다.
남측은 쌀이 남아돌아 걱정이다. 김 차관이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발표한 농식품부의 ‘2023년 쌀 적정생산 대책’에는 어떻게 하면 벼가 재배되는 땅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한 여러 궁리가 담겨 있다. 핵심은 올해 도입된 ‘전략작물직불제’다. 논에 밀이나 콩, 가루쌀 등 전략 작물을 재배하는 농가를 상대로 땅 크기에 비례하는 직불금을 지불하는 이 제도에 올해 예산 1,121억 원이 투입된다. 올 감축 목표 규모 3만7,000헥타르(㏊) 중 1만6,000㏊를 이 제도를 활용해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농가 간 벼 재배 면적 감축 협약 등을 통해 1만400㏊를, 농지은행 신규 비축 농지에 쌀 이외의 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2,000㏊를, 농지 전용 같은 기타 방법으로 8,600㏊를 각각 축소해 올해 적정 벼 재배 면적인 69만㏊로 만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수요보다 쌀 생산량이 너무 많으면 가격이 추락하게 마련이고, 농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남는 쌀을 매입하는 식으로 가격 방어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이른바 ‘시장 격리’다. 지난해 여기에 들어간 재정이 약 1조 원이다. 김 차관은 “사전에 벼 재배 면적을 조정해 적정량이 생산되도록 유도하는 게 사후 시장 격리보다 더 나은 방법”이라고 했다. 벼 재배 면적을 올해 목표치만큼 줄일 경우 수확기 산지 쌀값이 약 5% 오르고, 격리 비용은 4,400억 원가량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북측 처지는 정반대다. 국가정보원은 연간 80만 톤 정도의 쌀이 모자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남측에 남는 양(평년 기준 연 20만 톤)의 4배다. 그야말로 생존의 문제라는 점에서 사정은 더 심각하다. 루카스 렌히포-켈러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미 CNN방송에서 북한 내 식량 공급과 관련, “인간에게 필요한 최소량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이날 노동신문 1면 기사는 절박한 형편의 반영이다. “관개시설을 보강해 많은 면적의 밭을 논으로 전환하며 관개부문의 물질ㆍ기술적 토대를 강화하는 데서 나서는 긴절(緊切)한 문제들이 토의 대책되고 있다”고, “새 땅 찾기와 농경지 환원 복구 사업에 힘을 넣으며 알곡 생산 면적을 늘리기 위한 실무적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일까지 나흘간 열린 제8기 제7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안건도 사실상 농업 문제 하나였고, 새로 제작된 선전화들도 농업 관련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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