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한다는 느낌 없고, 반복업무만..."
세종청사중앙동 입주 현판식도 못해
직무대행체제 입법동력도 크게 약화
"국민피해 증가...헌재 조속한 결정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수장 공백 한 달을 맞은 행안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장관 직무대행 체제에서 직원 일탈이나 대형 재난, 안전사고 등 대과 없는 시간을 보냈지만, 내부적으로 무기력이 확산하고 외부에서는 부처 위상 약화 문제가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 고위 관계자는 7일 “장관 결재가 필요한 정책적 이슈가 없었고, 큰 사고도 일어나지 않아 장관 공석 사실이 크게 부각되지 않는 건 다행스럽다”면서도 “이 때문에 ’장관 없어도 잘 돌아가네’ 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국정과제 수행에서 행안부의 위상과 입지가 축소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행안부는 지방시대를 내세운 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방자치와 분권, 재정은 물론 재난안전, 정부혁신 등 국정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확대됐다. 한 관계자는 “이상민 장관이 온 뒤 일이 늘어 불만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무엇을 한다'는 느낌이 있어 좋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때 되면 하는, 그야말로 ‘루틴’한 업무만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부조직에서 부처는 장관을 중심으로 보좌기관(장관실)이 있고, 그 아래에 장관실을 보조하는 실ㆍ국이 편제된다. 이 관계자는 “사장이 없는 회사에서 직원들이 일을 하면 얼마나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하면 쉽다”고 말했다.
행안부 내부의 무력감은 최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이전 뒤 더 확산되는 분위기다. 과장급 한 직원은 “두 집 살림의 행안부 직원들이 한데 모여 일하게 됐고, 세종 이전 4년 만에 본격적인 세종 시대를 열었지만 현판식 날짜도 못 잡았다”며 “검사 출신의 실세 차관이 오지 않은 사실을 위안 삼아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보다 중앙동에 늦게 입주한 기획재정부는 9일 현판식을 연다.
입법 활동에도 동력을 크게 상실한 분위기다. 국정과제 실행에 필수적인 법안들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상당수가 처리되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이 있으면 장관은 의원을 찾아가 차라도 한잔하면서 설득에 나설 수 있지만, 직무대행은 그렇지 않다”며 “장관 공백에 더해 국정과제 이행에 필수적인 법안 처리까지 늦춰지니 직원들이 갑갑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사·중복 위원회 정리를 위한 행정기관위원회법 및 위원회정비일괄법, 대형화하는 자연재난에 대응하고 보다 완성도 높은 복구를 위한 자연재해대책법과 재난안전법, 허술한 지방보조금을 국고보조금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한 지방보조금관리법 등이 대표적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자연재해 복구 작업은 땜질식으로 이뤄져 돈은 돈대로 들고 복구 효과가 떨어졌다”며 “이를 만회하기 위한 지구단위 종합복구 개념이 적용된 자연재해대책법 같은 법안은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창섭 장관 직무대행을 중심으로 각 실·국장들이 법안 통과를 위해 뛰고 있지만, 장관 부재에 따른 부처 위상 하락과 한계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 관계자는 “장관 탄핵 한 달 동안 한 직무대행의 외부 일정 25개 중 13개가 국회 일정”이라며 “차관 역할도 버거운 상황에서 장관 직무까지 수행하자면 집중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행안부는 내부에서는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결과만 바라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행안부의 기능 저하는 국민의 세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기능의 부실화, 결국 피해가 국민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뜻한다”며 “모두가 신속한 헌재 결정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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