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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까지 필로폰을… '구매·투약·유통' 10대, 마약세계 발 안 디딘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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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까지 필로폰을… '구매·투약·유통' 10대, 마약세계 발 안 디딘 곳이 없다

입력
2023.03.08 00:1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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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투약 후 쓰러진 14세, 엄마가 신고
텔레그램, 던지기... 수법도 성인과 동일
10대 마약사범 검거, 5년 새 3배나 증가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5일 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집 앞 계단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있는 중학생 A(14)양을 엄마가 발견했다. 깜짝 놀란 엄마는 딸을 깨워 추궁했다. 곧 A양의 입에선 믿기지 않은 말이 터져 나왔다. “마약을 했어요.” 엄마는 고민 끝에 이튿날 딸을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는 더 놀라웠다. A양은 당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 판매자와 접촉했다. 비트코인 40만 원어치를 건넨 뒤 광진구의 약속된 장소에 있던 필로폰 0.05g을 가져왔다.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겨 놓은 뒤 구매자가 찾아가는, 이른바 ‘던지기’ 수법이었다. 그는 오후 8시쯤 필로폰 1회분(0.025g)을 물에 타 마신 뒤 쓰러졌다.

A양은 마약류 간이시약검사에서도 양성 반응을 보였다. 경찰에는 일단 “호기심에 해봤다”고 진술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그를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입건해 자세한 투약 경위 등을 조사하고 있다.

10대 마약 유혹하는 원흉, '온라인 거래'

10대의 마약 투약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지난해 경찰청 통계를 봐도 10대 마약사범은 294명으로 5년 전(104명)에 비해 3배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309명)엔 처음 300명을 넘기기도 했다. 우려스러운 건 빨라지는 저연령화 현상이다. 마약범죄에 노출된 연령대가 성인을 앞둔 10대 후반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갈수록 청소년층 전반으로 광범위하게 퍼져가고 있다.

원인은 비대면 기반인 온라인 거래가 확산한 것과 무관치 않다. 인터넷과 추적이 어려운 텔레그램에 익숙하면 나이에 관계없이 마약을 접하는 건 어렵지 않다. 구매 절차나 투약법 정보도 SNS 등 도처에 널려 있다. 마약의 유혹에 빠진 A양 역시 판매자 접촉과 구매, 투약까지 전부 하루에 끝냈다.

최근 5년간 10대 마약사범 검거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최근 5년간 10대 마약사범 검거 추이. 그래픽=강준구 기자

심각성은 비단 마약 투약에 그치지 않는다. 10대 청소년이 마약 유통책으로 활동하다 적발되는 사례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2021년 10월 학원에서 만난 16세 고교생 셋은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도매가로 사들여 10배의 웃돈을 받고 되팔았다. 수사망을 피하려 중간판매책을 거쳐 거래하는 등 수법도 성인 뺨쳤다. 이들이 7개월 동안 마약 판매로 벌어들인 수익은 8,100만 원이나 됐다.

"청소년에 집중해야 마약 근절 효과"

스스로 단절하기 힘든 마약범죄 특성상 청소년 사범의 증가는 필연적으로 성인 사범 확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마약예방 교육은 술이나 담배, 성(性)교육에 비해 ‘뒷전’으로 밀려있는 게 현실이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장은 7일 “마약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생리학적 기능을 변화시키고 뇌에도 부정적 영향을 줘 성장기에 특히 해롭다”며 “당장 학교 현장에서 ‘예방ㆍ단속ㆍ중독 재활’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도 10대 마약범죄의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다크웹ㆍ가상자산 전문수사팀을 전국 시ㆍ도경찰청으로 확대 운영하고, 정보기술 분야 전문가를 사이버 마약 전문수사관으로 채용하는 등 여러 대책을 고민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청소년기 마약 근절을 위해 수시 모니터링과 집중 단속을 계속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광현 기자
이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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