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대우조선 이어 HSD엔진까지 품고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 인수 단독 입찰
조선업계 신흥 라이벌로 거듭난 '재계 절친'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친환경 선박 엔진 개발을 위한 채비에 본격 돌입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가 대형 선박 엔진 제조사인 HSD엔진을 품은 데 이어, 국내 조선업 선두 한국조선해양이 중소형 선박 엔진 제조사인 STX중공업 인수를 위한 입찰에 참여하면서다. 3세 경영의 아이콘으로 여겨지는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이 선박의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엔진 자급화에 힘을 주면서 '해양 강자'로 거듭나기 위한 리더십 대결도 시작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삼성KPMG가 매각 주관사로 나선 STX중공업 본입찰에 단독으로 참가했다. 앞서 STX중공업 인수전에 관심을 보였던 한화그룹이 지난달 한화임팩트를 앞세워 HSD엔진 지분 33%(2,269억 원 규모)를 사들이기로 하면서, 한국조선해양은 경쟁자 없이 STX중공업 인수 절차에 들어갈 수 있게 됐다. 업계 안팎에선 자칫 과열될 수 있었던 선박용 엔진 업체 인수전이 차분하게 전개돼 한국조선해양과 한화임팩트 모두 적정가에 인수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것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3세들의 선택, 왜 엔진이었나
올 들어 조선업계 새 판 짜기에 팔을 걷어붙인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은 나란히 엔진 사업을 포석으로 깔았다. 이미 현대중공업 안에 엔진기계 사업부를 두고 있는 한국조선해양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한화는 지난해 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빠져 있던 엔진 사업이라는 퍼즐을 끼워넣기 위해 각각 STX중공업과 HSD엔진 사들이기에 나섰다.
이들이 노린 핵심 가치는 '시너지'다. 세계 최대 조선사이자 세계 최대 엔진 제작사로도 꼽히는 한국조선해양은 STX중공업을 품으면 약 40%의 점유율을 차지한 중대형 엔진 시장을 넘어 중소형 엔진 시장까지도 지배력을 넓힐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STX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 엔진 제작에도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조선해양이 인수하면 친환경 엔진 개발에도 힘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화 역시 선박과 엔진의 수직계열화로 그동안 대우조선해양이 내야 했던 엔진 구매 비용을 줄이고, 친환경 엔진 개발 동력까지 갖추게 됐다. STX중공업에 비해 HSD엔진의 규모가 훨씬 큰 데다 HSD엔진의 최대 고객사가 대우조선해양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엔진 업체 인수를 통해 한화가 단번에 삼성중공업을 제치고 '넘버 2' 자리를 꿰찬 셈이나 다름없다는 게 업계 전반의 시각이다. 한화임팩트의 수소 혼소 가스터빈 등 친환경 발전 기술과 HSD엔진 제조 능력이 더해진 데 따른 시너지도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창업자, 부친과는 다른 미래 산업 경쟁 예고"
전문가들은 김 부회장과 정 사장이 ①회사 장단점을 냉철히 파악해 ②과감한 결단을 내리고 ③출혈경쟁까지 피하면서 보여 준 '조용하되 확실한 한 방'은 앞으로의 경영 철학을 보여준 단면이라는 시각도 내놓는다. 올해 초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3'에서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대전환(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기업의 비전을 명확히 전달한 정 사장과, 대우조선해양 인수 이후 이름을 '한화오션'으로 검토하며 사업 영역 확대 의지를 드러낸 김 부회장의 '3세 리더십 맞대결'도 관전 포인트라는 얘기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3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면서 그룹의 기틀을 다지고 성장에 열중했던 창업주(할아버지)와 부친의 경영 방식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며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사업 영역을 크게 넓히고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틀을 짜는 모습"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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