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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형 골목·다닥다닥 점포... 전통시장 '화재 도미노' 피해도 역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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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형 골목·다닥다닥 점포... 전통시장 '화재 도미노' 피해도 역대급

입력
2023.03.10 00:05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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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삼척·대구 전통시장서 잇따라 불
대구와 청량리 농수산물시장도 화마
복잡한 전기시설에 안전장치도 미흡
"시설 현대화와 상인 경각심 필요해"

인천 시민들이 지난 4일 방화로 점포 205곳 중 47곳이 불에 탄 현대시장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시민들이 지난 4일 방화로 점포 205곳 중 47곳이 불에 탄 현대시장을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전통시장이 봄철 건조기를 맞아 잇따른 화재로 초비상이다. 미로형 골목에 소규모 점포가 즐비한 전통시장 특성상 낡고 노후화된 목재 건물과 전기시설이 얽혀있고 폐쇄회로(CC)TV 및 열·연기 감지기 등 안전장비도 미흡해 대형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화재가 발생하면 복구작업도 더딘 데다 보험 가입도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많아 상인들도 큰 피해가 불가피하다.

건조한 봄철 앞두고 재래시장 잇따라 화재

지난 4일 밤 발생한 인천 동구 송림동 현대시장 화재가 대표적이다. 술에 취한 40대 일용직 노동자의 방화로 전체 205개 점포의 4분의 1(47개)이 잿더미가 됐다. 피해 점포 중 7곳은 화재보험에도 가입하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다. 현대시장 상인연합회 관계자는 9일 "가게와 집기가 불에 타고 상품들이 못 쓰게 돼 피해가 막대하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새벽 발생한 강원 삼척시 사직동 번개시장 화재도 신속한 초동진화가 없었다면 큰 피해로 이어질 뻔했다. 강원소방청은 담당 소방서가 총출동하는 대응 1단계를 발령해 점포 3곳과 어판장 1곳 정도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지난달 2일 대구의 옛 원대시장에서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이 나 9명이 대피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25일 화재가 난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 농산A동 건물 안에 과일이 나뒹굴고 있다. 김민규 기자

지난해 10월 25일 화재가 난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 농산A동 건물 안에 과일이 나뒹굴고 있다. 김민규 기자

재래식 농수산물도매시장도 화재에 취약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25일 저녁 대구 북구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선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점포 68개가 모두 불에 탔다. 대구시는 내년 9월까지 불이 난 농산A동 건물을 화재에 강한 철골조와 글라스울로 새로 짓기로 했으나 재건축만으로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숙현 대구시 농산유통과장은 "기존 도매시장을 확장·재건축하는 방안은 한계가 있어 이달 중 달성 대평지구와 북구 팔달지구 중 1곳을 신축 이전지로 확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동대문구 제기동 청량리농수산물시장도 2020년 9월 21일 화재로 점포 218곳 중 20곳이 소실됐다가 이듬해인 2021년 12월 19일 새벽에 또다시 화마에 휩싸였다.

2016~2020년 전통시장 화재 피해 1,307억

전통시장 화재는 주로 낙후한 시설과 상인들 부주의에서 비롯된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발표한 '전통시장 소방안전관리 강화방안'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6~2020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261건으로, 전체 피해액은 1,307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년 52건의 화재가 발생했고, 건당 피해액도 5억 원으로 일반 화재와 비교해 35배나 많았다. 화재 원인은 전기 119건(46%)과 부주의 83건(32%)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밖에 원인 미상 불이 26건(12.8%), 기계적 요인 21건(8%), 방화 4건(1.2%) 순이었다. 실제 소방청이 지난해 12월 1~9일 서울 삼성동시장 등 전국 11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벌인 결과, 소화시설 유지관리 소홀과 전선 마감 불량, 가스누설 자동차단장치 작동불량 등 160건이 지적됐다.

전통시장에 불이 나면 복구에 오랜 기간이 걸려 상인들에게도 치명적이다. 2016년 11월 점포 839곳이 불에 탄 대구 서문시장 4지구는 화재 6년 만인 이달 중 시공사를 선정해 빨라야 연말에 착공한다. 공사는 2년쯤 걸릴 예정이다. 2017년 3월에 점포 263곳을 태운 인천 논현동 소래포구 재래어시장도 재개장하기까지 3년 9개월이 걸렸다.

소방당국은 시설 현대화 못지않게 상인들의 경각심도 절실히 요구된다고 지적한다. 정남구 대구소방안전본부장은 "평소 재래시장에 대해 화재안전조사를 하면 지적사항이 일반시설의 두세 배 정도"라며 "소방시설이 부족하고 소방차 진입도 어려운 전통시장 화재를 막기 위해선 시설현대화 사업과 함께 상인들의 경각심이 각별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삼척= 박은성 기자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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