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1030명 설문 연구… 학폭 피해 경험 34%
극단 선택 생각한 비율 여성이 남성의 2배 이상
초중고 시절 학교폭력(학폭) 피해를 경험한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고, 실제로 시도할 가능성이 학폭 피해를 겪지 않은 이들보다 2.5배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 한국청소년학회가 발간하는 '청소년학연구' 최신호에 실린 박애리 순천대 교수와 김유나 유한대 교수 연구팀의 논문에 따르면, 아동기 학폭 피해 경험이 있는 대학생의 54.5%는 극단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학폭 피해 경험이 없는 대학생 중 극단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 비율(36.2%)보다 18.3%포인트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2020년 9월 전국의 만 19세 이상 27세 미만 대학생 1,030명(남성 516명·여성 514명)에게 학폭 피해 경험과 극단 선택 생각·시도 여부 등을 설문하고, 답변을 분석했다.
실제 극단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다는 응답자들은 학폭 피해 경험이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됐다. 학폭 피해 경험이 있는 경우 극단 선택 시도율은 13%로, 그렇지 않은 경우(5.2%)보다 2.5배 높았다.
응답자의 연령, 성별, 가구 소득 등 인구사회학적 요소를 통제하고 다시 분석한 결과에서도 학폭 피해를 경험한 대학생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극단 선택을 생각할 가능성이 1.92배, 극단 선택을 시도할 가능성이 2.55배 높았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학폭 피해 경험과 관련한 국내 연구들은 대부분 아동기에 국한해 살펴봤으나, 이번 연구를 통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심리·정서적 악영향이 이어진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연구 결과 실제 학폭 피해율이 정부 집계와 큰 차이가 있다는 점도 나타났다. 설문 대상자의 34%(353명)가 학폭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나, 교육부가 실시한 '2022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는 학교폭력 피해율이 1.7%에 그쳤다. 실태조사가 정확하게 현실을 짚어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학폭 피해 경험이 심리·정서적 어려움에 끼치는 영향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컸다. 여성은 남성의 2배 이상 극단 선택을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학폭 피해 경험이 여성에게 특히 위험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앞으로 보다 체계적인 성별 차이 연구를 통해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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