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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선투표제 반전 일어날까

입력
2023.03.05 16:3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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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1971년 대선을 앞두고 40대 젊은 후보가 나서서 박정희 독재정권을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던 당시 신민당 김영삼(왼쪽부터), 김대중, 이철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1년 대선을 앞두고 40대 젊은 후보가 나서서 박정희 독재정권을 이겨야 한다고 주장했던 당시 신민당 김영삼(왼쪽부터), 김대중, 이철승 의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거를 흥미진진하게 하고 당선자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장치가 ‘결선투표제’다. 득표율 과반 후보자가 없을 때 1, 2위만 추려서 다시 맞붙는다. 1970년 9월 신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 주류 출신 김영삼은 대의원 421표를 얻어 김대중(382표)을 앞섰지만, 과반을 얻지 못해 진행된 결선투표에서 DJ가 승리하는 반전이 일어났다. 1차 투표에서 3위였던 이철승이 DJ를 밀었기 때문이다. YS의 양복 주머니에 있던 박정희에 맞설 야당 대선후보 수락문은 휴지통에 버려졌다.

□ 결선투표제 원형으로 프랑스 대선을 꼽는다. 2002년 장마리 르펜과 공화당 자크 시라크가 맞붙은 결선에서 극우파를 경계한 중도 표심이 상대적 온건파인 시라크로 몰렸다. 작년 대선 때도 중도 성향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찍은 상당수가 마크롱이 좋아서가 아니라 마린 르펜 국민연합 대표가 싫어서였다. 극우파 르펜은 불법 이주민 강제추방법 제정을 위한 국민투표 등을 공약했다. 다당제 상황에서 극단적 성향 후보가 뽑히는 걸 막는 기능을 한 것이다.

□ 다단계 경선은 이목을 집중시켜 흥행을 극대화하는 장점이 있다. 현 야권은 대선후보 선출 때 예비경선(컷오프)→완전국민경선→범야권 단일화 등 지지층 불리기 이벤트를 공식처럼 벌여왔다. 결선투표의 반전은 원내대표 선거에서 자주 발생한다. 2016년 5월 더불어민주당의 20대 국회 첫 원내사령탑 경선은 1차에서 우원식 의원(40표)이 2위 우상호 의원(36표)을 4표 차로 앞섰지만 결선에선 우상호 후보가 7표 차로 역전승했다. 범주류였던 두 후보 중 친노 색채가 덜한 우상호 쪽에 비주류표가 몰린 결과였다.

□ 당초 국민의힘이 3·8전당대회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한 배경은 친윤 후보 당선을 위한 안전장치였다. 여론조사상 선두인 김기현 후보 지지 당원들은 안정적 승리를 원하겠지만, 결선투표가 성사되면 관전자로선 역전 드라마를 보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반면 위기감을 느낀 보수 당원층이 결집해 압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어찌 됐건 결선까지 가면 이미 흥행은 성공이란 평가다.

박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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