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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 이슬람 극단주의?... 말레이시아 뒤흔든 '젊은 보수'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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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프레? 이슬람 극단주의?... 말레이시아 뒤흔든 '젊은 보수'의 행진

입력
2023.03.05 22:0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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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칼·방패 들고 길거리 퍼레이드
"주지사 선거 앞두고 극우 결집" 비판
"코스프레" 반박 불구, '극단주의' 우려↑

지난달 17일 말레이시아 테렝가누주 세티우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정당 범말레이시안이슬람당(PAS) 청년위원회 소속 젊은이들이 옛 이슬람옷을 입고 무기를 든 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달 17일 말레이시아 테렝가누주 세티우에서 이슬람 원리주의 정당 범말레이시안이슬람당(PAS) 청년위원회 소속 젊은이들이 옛 이슬람옷을 입고 무기를 든 채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중세 이슬람 군복을 입은 젊은 남성 수십 명이 전쟁을 주제로 한 아랍 음악을 배경 삼아 걷는다. 손에는 옛 페르시아에서 사용한 초승달 모양 모형 칼과 황금빛 방패가 들려 있다. 칼끝이 양 갈래로 갈라진 이슬람 전설의 검 ‘줄피카르’ 상징물을 실은 트럭도 뒤를 따른다. 단순한 코스프레일까, 아니면 과격파의 위협적 행위일까.

보수당 청년들의 움직임이 말레이시아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발단은 이슬람 원리주의 정당 범말레이시안이슬람당(PAS) 청년위원회가 지난달 17, 18일 테렝가누주 세티우에서 진행한 행사다. 옛 이슬람 군인을 연상시키는 청년 당원들의 퍼레이드 사진이 보름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시민들은 물론, 정치권까지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보수화하는 말레이, 지지자 결집용?

얼핏 보면 보수 성향 청년들의 자체 행사로 치부할 수도 있다. 모형 무기를 휘두르며 거리를 걷긴 했지만, 비이슬람 문화권을 비난하는 구호는 없었다. 무슬림 인구가 다수인 국가인 데다, 테렝가누가 다른 지역보다 이슬람 성향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특별히 이상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를 감안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말레이시아의 보수화 흐름 때문이다. PAS는 지난해 11월 연방의회 총선에서 전체 222석 중 49석을 차지했다. 단일 정당으로는 최대 성과였다. ‘샤리아법(이슬람 기본법)의 철저한 준수’를 주장하는 이들의 선전으로 가뜩이나 ‘이슬람 강경 노선이 강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던 터였다. 게다가 올해는 주지사 선거도 있다. 선거를 앞두고 또다시 지지자를 결집시키려는 행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17일 말레이시아 테렝가누주 세티우에서 열린 이슬람 원리주의 정당 범말레이시안이슬람당(PAS) 청년위원회 행진에 참가한 트럭 위로 이슬람 전설의 검 '줄피카르' 모형이 보인다. 트위터 캡처

17일 말레이시아 테렝가누주 세티우에서 열린 이슬람 원리주의 정당 범말레이시안이슬람당(PAS) 청년위원회 행진에 참가한 트럭 위로 이슬람 전설의 검 '줄피카르' 모형이 보인다. 트위터 캡처

젊은이들의 ‘우향우’도 가속화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지난해 말 15~25세 청년을 상대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코란이 헌법을 대체해야 한다’는 응답은 82%였다. 2010년(72%)보다 10%포인트나 뛰었다. 현지 매체 말레이메일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극단주의 정서가 확연히 고조되고 있다”며 “총선 전후로 틱톡 등 SNS엔 (종교로 인한) 인종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게시물 조회 수가 급증했다”고 전했다.

종교적 관용과 통합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다문화·다종교 국가인 말레이시아가 극우 불씨를 댕긴 작은 행사로 위험에 처했다는 진단도 나온다. SNS에서는 이들의 행위를 미국 백인 우월주의단체인 큐클럭스클랜(KKK)이나 인도 힌두 우익단체 민족봉사단(RSS)에 비견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결국 정부도 나섰다. 사이푸딘 나수티온 이스마일 내무장관은 “무기나 군을 상징하는 모든 활동은 대중의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상황을 악화할 수 있는 행위를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나임 목타르 종교장관도 “이슬람과 말레이시아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불필요한 행사”라고 일갈했다.

‘이슬람 혐오’ 반박에도 사건은 경찰로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모드 하룬 PAS 청년위원회 이사는 “참가자들은 ‘이슬람 유산’이라는 퍼레이드 주제를 따랐을 뿐”이라며 “전국 각지의 슈퍼 히어로 코스프레 행사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PAS 소속 의원들도 이번 논란을 “이슬람 혐오증의 일부”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일부 시민들이 이를 ‘선동’ 행위로 보고 경찰에 신고하면서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 청년의 치기 어린 행동인지, 극우 지지세력을 향한 암묵적 메시지 전달인지는 이제 수사기관 판단에 달리게 됐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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