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500년 만 가뭄' 이어 겨울 가뭄 심각
'4년째 가뭄' 미국 캘리포니아 "대폭설, 해갈 도움"
#1. 한 달 넘게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자 프랑스 남서부 몽벨 호수가 흙바닥을 드러냈다. 저수량이 평소의 20%에도 못 미친 탓이다. 물 위를 떠다니는 대신, 바싹 마른 호수바닥 위에 덩그러니 놓인 보트 몇 대의 모습은 초현실적이기까지 하다.
#2. 이탈리아 최대 호수인 가르다호. 호수가 품고 있는 작은 섬 산비아지오로 가는 방법은 딱 하나, 호숫가에서 보트를 타는 것뿐이었다. 그러나 수위가 평균보다 약 70㎝ 낮아지면서 이젠 걸어서도 갈 수 있게 됐다. '물의 도시' 베니스도 마찬가지다. 운하가 메말라 도시 명물인 곤돌라 운영이 중단됐을 정도다.
'겨울 가뭄'으로 유럽 대륙이 말라붙고 있다. 지난해 여름의 기록적 폭염이 야기한 '500년 만의 가뭄'만큼이나 혹독한 상황이다. 4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유럽이 '기후 붕괴(climate breakdown)'로 인한 겨울 가뭄에 시달리면서 심각한 물 부족 위기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말라붙은 유럽 대륙… "인위적 기후 변화 탓"
대표적인 나라는 프랑스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풍요의 시대는 끝났다"고 토로했다. 프랑스에선 1959년 관측 이래 가장 긴 '32일 동안' 비가 오지 않고 있다. 이달 말까지 비 예보도 없다. 최근 1년 중 9개월은 강수량이 기준치보다 85%나 적었다.
크리스토프 베슈 프랑스 생태전환부 장관은 "상황이 작년 이맘때보다 더 심각하다"며 "최대 40%까지 물 소비를 줄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 남부 4개 지역에선 수영장을 물로 채우거나 세차가 금지되고, 농부들은 물 소비를 최대 절반까지 줄여야 한다. '극약 처방'인 셈이다.
독일은 유럽의 동맥인 라인강 수위가 낮아지자 중부 유럽으로 향하는 바지선이 실어나르는 물류 용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도 공원에 물주기를 중단했다. 테레사 리베라 스페인 기후장관은 "극심한 가뭄과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든 홍수의 더 긴 악순환을 준비해야 한다"며 "기후 비상사태의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고 경고했다.
전례 없는 겨울 가뭄은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가 겹겹이 누적된 결과다. 프랑스의 CNRS 과학연구센터는 "1945년 이전과 이후 가뭄을 비교했을 때 지난해 여름의 가뭄은 인위적 기후변화에 의해 발생했으며 이번 겨울 가뭄도 '같은 특성'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앞서 기후분석 연구단체인 세계기후특성(WWA)도 지난해 "북반구 가뭄은 인간이 야기한 기후변화 때문에 최소 20배 이상 발생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지구온난화와 함께 점점 더 흔해질 것"이라고 우려한 바 있다.
봄비가 마지막 희망? "미국 폭설, 해갈에 도움"
전망은 비관적이다. 겨울 가뭄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강으로 흘러들어갈 물의 양이 줄어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마누엘라 브루너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교수는 "오늘의 눈 부족은 잠재적으로 내일의 여름 가뭄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 희망은 가뭄을 해갈할 만큼 '충분한 양의 봄비'가 내리는 것이다. 루크 메르칼리 이탈리아 기상학자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봄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이는 사상 최초"라며 "봄비가 많이 내린다면 가뭄의 반복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대서양 너머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주(州)에선 기록적 폭설 덕분에 가뭄 해갈에도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캘리포니아는 4년째 가물면서 농경지 수십만 에이커가 휴경 상태다. 로스앤젤레스 등에선 잔디에 물 주기도 금지됐다.
하지만 지난 2주간 12피트(약 3.65m) 이상 대폭설이 내리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봄에 눈이 녹기 시작하면 물 부족 위기도 극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앤드루 슈워츠 UC버클리 센트럴 시에라 눈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폭설이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더라도 단기적 가뭄을 극적으로 줄이고, 기온이 시원하게 유지된다면 장기적 가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WP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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