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초반부터 선두 질주, 6번째 정상
전력 약화-실전 경험 부족 우려
베테랑-영건 시너지로 상쇄
HL 안양이 6년 만에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6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영원한 주장' 故 조민호에게 우승컵을 바치겠다는 약속도 지켜 어느 때보다 의미도 더욱 컸다.
백지선 감독이 이끄는 HL 안양은 4일 일본 플랫하치노헤에서 열린 도호쿠 프리블레이즈와의 2022~23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3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수문장 맷 달튼이 무실점으로 골문을 지킨 가운데 신상우, 이종민(2골), 이영준, 김건우의 릴레이 득점포로 5-0 승리를 거뒀다.
HL 안양은 이로써 31승 8패(승률 0.816)를 기록하며 5일 최종전 결과에 상관 없이 6년 만의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우승은 HL 안양의 6차례 정규리그 정상(2009·2010·2015·2016·2017·2022) 가운데 가장 값지다는 평가다. 코로나19로 인해 2년 7개월간 이어진 온갖 핸디캡을 극복하고 정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2020년 2월 플레이오프 도중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되며 아시아리그 2019~20 시즌은 취소됐다. 이 여파로 HL 안양은 온갖 악재에 시달렸다. 수비진의 기둥이었던 복수 국적 선수들이 은퇴했고, 국내 베테랑 선수들도 차례로 팀을 떠났다. 지난해 6월에는 팀의 전술적, 정신적 지주였던 주장 조민호를 잃는 아픔도 겪었다. 여기에 골잡이 신상훈이 시즌 초반 미국 프로하키 도전을 위해 팀을 떠났다. 베테랑의 빈 자리를 신예로 메워야 하는 상황, 전력 약화에 대한 우려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우려된 것은 ‘코로나 휴지기’로 인한 공백이다. 아시아리그가 멈춰선 동안 일본은 5개 팀이 자체 리그를 치른 반면 HL 안양은 국내 저변 부족으로 제대로 된 리그를 치르지 못했다. 2021년 3월 대명 킬러웨일즈가 해체한 후로는 마땅한 ‘스파링 파트너’조차 구하기 어려웠다. 국내 빙상장 폐쇄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제대로 된 훈련조차 치르지 못했고, 심지어 새로 가세한 대졸 신인들은 2년여 동안 공식 대회를 단 한 경기도 치르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이 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시즌 초반부터 선두를 질주한 끝에 정상에 올랐다. 2020년 이후 우울한 소식만 이어지던 한국 아이스하키에 모처럼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명장’ 백지선 감독의 리더십이 팀을 하나로 묶었고,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앞에서 끄는 가운데 ‘영건’들도 급속히 성장했다. 절묘한 신구 조화로 일본 팀의 도전을 뿌리친 셈이다.
김기성, 김상욱, 이영준, 안진휘, 박진규, 이돈구 등 베테랑들은 공수 중심을 잡으며 위기 상황에서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수문장 맷 달튼은 두 시즌간 공백을 무색케 하는 철벽 방어로 팀에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백 감독은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지효석, 오인교, 유범석, 이주형, 김건우, 송종훈 등 신예들을 꾸준히 출전시켰고, 이들은 경기를 치를수록 빠르게 성장하며 HL 안양은 팀 전력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다. 결국 이 같은 베테랑과 ‘영건’의 시너지는 HL 안양이 장기 레이스에서 꾸준히 선두를 유지할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의 도움 없이 우승을 차지했다는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지난 5차례 정규리그 우승과 달리 이번 시즌 HL 안양은 외국인 선수를 단 한 명도 기용하지 않았다. 국적으로 따지면 팀 구성원은 구단주부터 스태프에 이르기까지 전원 한국인이다.
HL 안양은 9일부터 시작되는 2022~23 아시아리그 아이스하키 플레이오프에서 7번째 챔피언 타이틀에 도전한다. 첫 상대는 4위 히가시홋카이도 크레인스다. 3전 2선승제의 1라운드를 통과하면, 레드이글스 홋카이도-닛코 아이스벅스의 승자를 상대로 18일부터 챔피언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5전 3선승제 파이널)에서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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