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커상 수상 건축가 '소토 무라' 특별전
3월 26일까지 서울도시건축전시관서 개최
'건축 디자인'에도 유행이 있을까. 제각각의 이유로 이름난 건축물은 수없이 많지만 그들 사이에 하나로 통용되는 트렌드는 좀처럼 찾기 힘들다. 적어도 한 번 지어지면 수십 년 혹은 수백 년 지속되는 뛰어난 건축 걸작이 되기 위해선 결코 짧은 유행을 따를 수 없다.
서울 중구 서울도시건축전시관에서 열리고 있는 '건축가의 여정(Journey of an Architect)' 전시를 보고 난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겠다. 전시장에 있는 한 건축가의 작품 12점만 보더라도 쉽게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름답고 혁신적인 건축물은 저마다 각자의 개성을 드러낼 뿐이라는 것을.
전시 주인공은 포르투갈 건축가 에두아르도 소토 무라(Eduardo Suto Moura).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마지막 거장이라 불리는 알바로 시자의 대를 잇는 세계적 건축가다. 서울시와 주한 포르투갈대사관, 포르투갈 비영리 건축단체 '건축의 집'의 협업으로 열린 전시에선 소토 무라의 대표작인 브라가 경기장(2003), 불고타워(2007), 파울라 헤구 박물관(2009), 브라가 시장(2010) 등이 소개됐다.
전시장에는 1980년부터 현재까지 그가 지어온 60여 개 이상 프로젝트 가운데 선별된 대표작 12점이 나왔다. 해당 건축물의 모형과 사진뿐 아니라 스케치와 드로잉, 도면을 첨부해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전개되고 구체화되는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관람의 출발은 '브라가 시장' 프로젝트다. 초기에 구상해 약 30년 동안 진행된 장기 프로젝트로 건축가 특유의 개념적 사고와 방법론, 여러 작업 방식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시장이 댄스스쿨, 음악학교 등 지역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지붕 아래 공간들이 야외 정원으로, 노점들이 전면 유리로 된 현대식 상점들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지역적 특성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녹여내는 건축가의 장기가 발휘된다.
소토 무라에게 국제적인 명성을 안겨준 '브라가 경기장'은 혁신적인 재료 사용 스타일을 볼 수 있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독특한 경기장 중 하나인 브라가 경기장은 과거 채석장으로 사용했지만 방치되던 부지를 활용하되, 암석벽을 자연 그대로 남겨두는 등 자연환경을 최대한 보전하고자 한 철학이 담겼다. 2011년 프리츠커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단은 "소토 무라의 건축에는 절제된 조형성이 주는 강한 존재감과 재료의 독창적 표현이라는 상반된 매력이 모두 담겼다"고 평가한 바 있다.
전시는 대규모 건축 모형 작품들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비엔날레에 초대받아 설계한 작은 건축물도 만날 수 있다. '2018년 베니스 비엔날레를 위한 바티칸 예배당'은 중앙에 제단 역할을 하는 큰 돌이 있고 그 주변을 네 개의 벽이 둘러싼 극단적으로 단순한 건물로, 주변 자연과 조화를 꾀하는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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