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초단파·에너지 무기 공격설
미국 "가능성 매우 낮아"...추가 조사
피해자, 러시아 관련 조사 부족 지적
2016년 쿠바 수도 아바나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두통, 메스꺼움에다 이명 증세를 호소하는 직원도 있었다. 이어 중국 독일 오스트리아 콜롬비아 베트남 등 다른 지역 대사관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확인됐다. 러시아 등 적성국의 극초단파, 에너지 무기 공격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이 같은 신경장애 증세에 ‘아바나 증후군’이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미국 외교가를 흔들었던 아바나 증후군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복수의 정보당국 관계자를 인용, 아바나 증후군은 적성국 공격이나 에너지 무기에 의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결론이 내려졌다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아바나 증후군 원인 규명을 위한 광범위한 조사가 진행됐다. 중앙정보국(CIA), 국가정보국(DNI) 등이 조사위원회를 꾸려 1,000건 정도의 사례를 조사했다.
그러나 7개 정보기관 중 5곳의 조사 결과는 ‘적성국의 의도적 행동으로 증상이 발현했을 가능성 매우 낮음’으로, 나머지 2곳은 ‘가능성 낮음’으로 각각 나왔다. 대부분의 증상은 개인들이 기존에 갖고 있던 질병이 뒤늦게 나타났거나 환경적 요인, 스트레스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WP는 전했다.
정보당국 관계자는 “미 대사관을 포함해 보고된 피해 사례들을 조사한 결과 개별 사례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패턴이나 공통된 조건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법의학 정보나 지리 위치 정보 등을 포함해 누군가가 전파나 초음파와 같은 방향 에너지 형태를 사용했음을 암시하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를 입었던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사 결과가 2020년 공개됐던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의 ‘극초단파 등 무선 주파수 에너지가 아바나 증후군 원인’이라는 보고서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최근 보고된 아바나 증후군 증상 감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시점과 일치한다고 지적하면서 러시아 소행설을 다시 제기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전력을 쏟느라 해외 미국대사관 공격을 줄인 방증이라는 것이다. 러시아 첩보원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여행 이력과 아바나 증후군 증상이 보고된 시간과 장소 사이의 상관관계를 찾으려는 정보당국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WP는 보도했다.
정보당국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증거에 개방적"이라며 추가 조사를 실시할 여지도 남겨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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