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 참여 불가능" 입장 변화 없는 日 기업
韓·日 정부 "日 기업 참여 기대" 메시지 검토
민주당·양금덕 할머니 서울광장서 정부안 비판
"배상 책임이 있는 일본 기업의 기부 참여를 기대한다."
한국과 일본 정부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의 해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취지의 문구를 놓고 막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참여한다'가 아닌 '참여를 기대한다'라고 완곡하게 수위를 낮췄지만 이마저도 해당 기업들이 거부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가 미온적이라는 것이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국 정부는 우리 대법원이 배상 책임을 인정한 일본 피고기업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차원의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의 기부 참여를 강요할 수 없다"고 버티면서도 어떤 식으로든 참여 필요성 자체는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 이견 조율에 나선 것이다.
한일 외교가에 밝은 소식통은 통화에서 "향후 협상 전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피고기업의 참여에 대해 정치적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것에 양국 간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일본 정부가 일본 피고기업의 참여가 있어야 해법의 취지가 산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그러나 이를 일본 정부가 담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확정적으로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앞서 1월 우리 기업들로부터 기부를 받아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먼저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대위변제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이후 일본의 사과와 피고기업의 기부 참여를 골자로 한 '성의 있는 호응조치'를 이끌어내기 위해 일본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당초 우리 정부는 '일본 피고기업의 기부 참여에 대한 확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부 피해자 유족들이 정부의 대위변제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돌아서면서 물꼬가 트였다. 일본 정부도 조속한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따라 당초 일본 피고기업의 기부 참여와 관련해 "어떤 입장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에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동원 협상 과정에 정통한 전문가는 "4월에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 방문,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방·보궐 선거를 앞두고 있어 서로 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북한의 고도화된 위협에 맞서 한일관계 개선 없이 안보를 지키기 어렵다는 인식을 공유하는 만큼 양국 모두 최종 해법 발표에 속도를 내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과거사 언급 없이 일본과 협력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고작 '일본 기업의 참여를 기대한다'는 정도로는 배상 책임을 못 박을 수 없어 일부 당사자들은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관건은 정부가 이들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는지에 달렸다. '3·1절 범국민대회'에 참석한 미쓰비시중공업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본과 배상금을 합의한다면 돈을 아무리 줘도 받지 않겠다"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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