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추얼 캐릭터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
스튜디오 아닌 가상세계에 무대?미션 세트 꾸며
현실서 제약 많던 걸그룹 멤버들은 해방감 느껴
걸그룹 출신인 30명의 출연자들이 얼굴을 꽁꽁 숨긴 채 건물로 들어선다. 칸막이로 나눠진 개별 부스에 들어간 이들이 얼굴, 손, 다리 등에 VR 기기를 장착한다. 그러자 눈앞에 광활한 메타버스 세계가 펼쳐진다. 출연자들은 버추얼 아이돌(Virtual idol・가상 아이돌)의 모습을 하고 노래와 춤을 선보인다.
각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난무하는 시대지만 카카오페이지의 버추얼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는 색다르다. 국내 처음으로 출연자들이 실제 모습을 끝까지 드러내지 않고 버추얼 캐릭터만을 내세워 승부를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현실 못지않게 치열한 경쟁이 펼쳐졌다. 지난해 5월부터 제작에 들어가 지난 1월 첫 방송된 ‘소녀 리버스’는 오는 6일 버추얼 아이돌 최종 데뷔조 결정을 앞두고 있다.
메타버스・버추얼 캐릭터 구현… 무에서 유 창조
무대 세트와 버추얼 캐릭터를 스튜디오가 아닌 가상세계에 만들어내는 과정은 어땠을까. ‘소녀 리버스’를 연출한 손수정・조주연 PD는 28일 온라인 공동 인터뷰에서 “원하는 이미지를 구현하기 위한 초기 작업에 공을 들였다”고 입을 모았다. 조 PD는 “출연자와 함께 구축하고 싶은 캐릭터의 신장, 몸무게까지 정하며 최대한 구체적으로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메타버스에서 펼쳐지는 오디션이니 배경 연출도 다양하다. 1:1 데스매치 무대가 용암이 끓는 불바다 위에서 진행되거나, 최종 결선을 앞두고는 탈락자가 탑승한 열차 칸만 하늘 위로 떠오르다 사라지는 식이다. 조 PD는 "메타버스 세계를 만들기 위해 각종 레퍼런스를 많이 들여다봤다"며 "'소멸 열차'도 이별을 앞두고 아련한 분위기를 연출할 이미지를 오래 찾은 결과"라고 말했다.
걸그룹 틀에서 벗어나… 새 모습 찾은 출연자들
버추얼 캐릭터가 출연자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제약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출연자들은 오히려 해방감을 느낀 듯 솔직한 면모를 드러냈다. 버추얼 캐릭터 '니모'를 소화한 체리블렛 멤버 해윤은 “걸그룹 때는 행동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데, 니모로서는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룹 AOA 출신 도화 역시 "춤출 때 머리가 헝클어질 걱정도 없고, 노래할 때 얼굴을 찡그리지 않도록 신경 쓰는 일도 하지 않아도 되는 등 모든 면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고정된 이미지로 굳혀졌던 출연자에게는 버추얼 캐릭터가 이미지 변신의 기회가 되기도 했다. 2013년 데뷔 이래 줄곧 강인한 이미지로 통했던 래퍼 나다는 청순하고 귀여운 캐릭터 '바림'으로 분해 색다른 무대를 선보였다. 그는 탈락자 인터뷰에서 "(버추얼 캐릭터라는) 가면을 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래퍼 나다'라는 가면을 벗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버추얼 콘텐츠’ 활성화 전망… 아직은 기술 한계도
'소녀 리버스'로 버추얼 예능의 서막을 연 제작진은 버추얼 관련 예능 콘텐츠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PD는 "제작진이 머릿속으로 상상한 모습이 기대 이상으로 구현될 만큼 기술 여건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알았다"며 "버추얼 세계에 관심만 있다면 프로그램 구성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개선할 과제도 분명하다. 손 PD는 "현실세계였다면 쉬웠을 문제들이 가상세계라서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며 "면대면이었다면 쉽게 파악했을 출연자의 컨디션 난조를 눈치채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트래커(동작을 인식하는 센서)로 동작을 유사하게 따라 할 수는 있지만 아직 세밀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보여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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