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하, JTBC '대행사' 관련 라운드 인터뷰
비열한 야망 캐릭터로 몰입감 선사
스스로를 '신인 배우'로 표현한 이유는?
배우 조성하가 스스로를 '신인 배우'라고 표현했다. '새로운 신'을 쓰면서 자신을 정제하고 또 겸손해지려는 의도다.
최근 조성하는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본지와 만나 JTBC '대행사'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대행사'는 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우아하게 처절한 광고인들의 전투극을 그렸다.
극중 조성하는 VC기획의 대표 자리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야망 가득한 최창수를 연기하며 때론 비열하고 때론 권력욕에 가득 찬 열연으로 극의 몰입도를 선사했다. 먼저 조성하는 작품을 마친 소감으로 "'우려'와 긴장으로 시작을 했다. 여러분들이 회를 거듭할 수록 많은 사랑을 주셨다. 배우로서 새롭게 힘을 얻게 된 시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말한 우려란 '개인적인 우려'였다. 작품 속 고아인과 강한나는 이야기가 충실하게 완성이 돼 있었다. 각 인물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서사가 존재했으나 최창수에겐 악역으로 다소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단다. "믿음이 약한 상태에서 시작했죠. 더 세게, 강하게 해볼까 했었지만 작가님이 원하는 바가 아니었어요. 일상에서 있을 법한 이야기를 원했고 그 안에서 캐릭터를 만들어 갈 것인지 고민을 했어요."
세 여성의 이야기가 충실하게 갖춰져 있었기 때문에 최창수만 잘 하면 완성도가 높아지리라는 배우의 고민이 담긴 대목이다. 최창수의 활약을 두고 조성하는 "악당이 뒤집어 엎어야 하는데 매번 뒤집지 못한다. 싸움을 하지만 매번 터지는 캐릭터다.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과 같이 공감할까 고민했다. 조금 더 비열함이나 야비함을 잘 살려보려고 노력했다"고 접근 과정을 짚었다.
그러면서 "작가 선생님께서 크게 고민을 했다. 마지막을 그나마 인간다운 모습으로 나갈 수 있게 대단히 감사하다. 마지막까지 인간다운 모습으로 퇴장하게 돼 감사하다"고 만족도를 드러냈다. 조성하는 현장에서 오롯이 대본에 충실했다. 당시를 두고 조성하는 "감독님이 코로나에 걸려서 못 나왔다. 원격으로 촬영을 하게 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해 취재진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최창수는 명문대 출신이자 항상 1등을 해왔던 인물이다. 조성하는 최창수에 이입하며 "공부를 해도 열심히 했을 거에요. 라인을 타면 더 빠른 승진을 할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던 거죠. 머리는 좋으니까 가장 빨리 가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했었겠죠. 젊은 시절 일을 많이 하고 라인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지만 제대로 된 라인이 없었을 겁니다."
내실이 부족하고 파괴력이 부족하다는 인물의 단점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최창수를 안쓰럽게 보게끔 만들었다. 조성하 역시 최창수에 대한 동정심을 내비쳤다. 그는 "딱 봐도 불쌍하다. 고아인은 제작팀을 꾸려서 좋은 인재를 데려갔다. 우리 팀은 술만 먹는다. 싸움에 질 수밖에 없는 톰과 제리 같은 역할이 됐다. 고아인과 최창수의 현란한 싸움이 두 번 정도 있었다면 좋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최창수를 욕하고 드라마가 사랑을 받게 됐으니 충분한 것 같다"고 밝혔다.
사실 조성하는 최창수의 감정선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았다. 최창수의 말투와 화법이 너무 '찌질'했기 때문이다. 조성하는 "제가 살면서도 또 연기하면서 가장 지양하는 것이 찌질함이다. 최창수는 그런 인물이기 때문에 다가가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그가 드라마의 인기를 실감한 곳은 바로 집이다. 조성하의 가족들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배우로서 보람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조성하는 현장의 선배 연기자로서 대립 구도에 선 이보영을 비롯해 다른 배우들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먼저 이보영을 언급하면서 "첫인상으로는 친해지기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직접 만나보니) 배우들, 또 스태프들에게 호의적이다. 많은 것들을 먼저 베풀줄 안다. 촬영이 끝나면 조촐하게 치킨에 맥주 한 잔을 하자고 먼저 제의한다. 좋은 리더십을 보여줬다"고 바라봤다. 또 손나은에 대해선 "그 역할이 쉬운 역할은 아니다. 연기자들이 할 때 어려운 역할 중 하나다.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려고 집에서 연습을 엄청 해오는 것이 보였다"고 말했다.
많은 후배들을 바라보면서 조성하가 느낀 감정은 '감사함'이다. "배우가 50세를 넘어서 연기를 한다는 게 정말 어려워요. 한 계통에서 몇십 년을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30, 40년을 넘어서 꾸준히 한다는 게 쉽지 않다. 후배들이 자리를 지켜주니 저도 함께 하는 사람으로서 고마워요. 저는 후배들과 밥을 많이 먹는 선배에요. 제가 겪어보니 밥 잘 사주는 선배가 제일 고맙더라고요.(웃음)"
최근 '청춘월담'으로도 시청자들을 연이어 만나고 있다. "아직 어려서 체력적으로 괜찮다. 열심히 해야지"라고 너스레를 떤 조성하는 "'신인 배우'라는 말을 요즘 제가 밀고 있다. 저를 경계하는 느낌으로 '새로운 신'이라고 말하고 있다. 베태랑 소리를 듣는다고 우쭐해서 고민을 덜할까봐 계속 나를 채찍질 하는 느낌으로 '신인 배우'라고 각인하고 있다"고 신념을 드러냈다. 이를 들은 취재진이 감탄하자 조성하는 "꾸준히 믿을 신도 필요하다. 믿음을 줄 수 있는 배우가 역시 세월이 가면 갈수록 필요하다. 나이 먹었다고 어깨에 힘을 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말자. 젊은 정신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취지"라고 말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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