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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42%가 언어 폭력인데... "정순신 '친구 별명 불러' 변호 비상식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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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42%가 언어 폭력인데... "정순신 '친구 별명 불러' 변호 비상식적"

입력
2023.02.28 00:1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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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대책자치위서 아들 변호
언어폭력 비중 41.8% 가장 높아
입증 어려워 분쟁 장기화 맹점도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 참가자가 25일 서울 숭례문 앞에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물러난 정순신 변호사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촛불승리전환행동 집회 참가자가 25일 서울 숭례문 앞에서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아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물러난 정순신 변호사를 비판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뉴스1

“물리적으로 때렸다면 더 이상 변명할 여지가 없겠지만, 언어폭력이니 맥락이 중요한 것 같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57) 변호사가 학교폭력(학폭) 가해자인 아들을 방어하기 위해 2018년 3월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정 변호사 부부는 당시 아들을 변호하려 많은 논리를 제시했다. 어떻게든 폭력의 책임을 덜겠다는 태도도 문제지만, 전문가들은 특히 이 발언을 문제 삼는다. 학폭 유형 가운데 가장 빈번히 일어나는 ‘언어폭력’의 심각성을 모르거나, 알고 있어도 호도한 탓이다.

실제 지난해 9월 교육부가 발표한 ‘2022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체 학폭 피해 유형 중 언어폭력(41.8%) 비중이 단연 높았다. 신체폭력(14.6%), 집단따돌림(13.3%)의 3배다. 학폭 예방 시민단체 푸른나무재단이 지난해 초 전국 초ㆍ중ㆍ고교생 및 교사 6,0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사이버폭력 실태조사에서도 언어폭력(28.4%)은 따돌림(15.4%)이나 명예훼손(14.3%)보다 훨씬 많았다.

아들이 피해자에게 “돼지새끼” “빨갱이” 등 욕설을 한 것을 두고 정 변호사는 “친한 사이에 서로 별명을 부르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옹호했다. 이 역시 학폭 가해자가 써먹는 단골 변명 소재다. 교육부 조사에서도 학폭 가해자들에게 이유를 묻자 1위가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다(34.5%)’는 응답이었다. 박옥식 한국청소년폭력연구소장은 27일 “기숙사처럼 합숙생활을 하는 공간에서 장기간 집요하게 괴롭혀 고의성이 두드러지는데도, 징계 수위를 낮추려다 보니 비상식적 항변이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언어폭력의 위험성은 또 있다. 재심 청구나 징계처분 취소 소송 등 지리한 법적 다툼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신체적 폭력과 달리 병원 기록 등 직접 증거가 없다는 빈틈을 가해자가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이다.

2020년 7월 전북 고창에 사는 고교생 A씨는 중학교 3년 내내 같은 고교에 다니는 B씨의 언어폭력에 시달린 사실을 상담교사에게 뒤늦게 털어놨다. 학교 측은 진상 조사를 거쳐 B씨에게 접촉금지와 출석정지 5일 처분을 내렸다. 그러나 B씨는 “증거가 없다”며 징계처분 금지 소송을 냈다.

B씨의 주장은 2021년 7월에야 법원에 의해 기각됐지만 피해자는 학교에서 가해자와 마주칠까 봐 1년을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대법원까지 소송을 끌고가 1년 가까이 전학 처분을 미룬 정 변호사 아들 사례와 판박이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 팀장은 “싸움이 길어질수록 피해 학생이 심리적 안정을 되찾을 기회는 점점 사라진다”며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 피해자의 불안감이 커지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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