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KDI, 상반기 성장률 전망 낮춰
전문가 "0%대 가능성도 배제 못해"
한국 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가 하락을 거듭하면서 이제 ‘0%대’ 성장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수출 부진·투자 위축·소비 감소 등 3중고가 짓누르는 데 이어, 다시 커진 주요국의 긴축 우려도 한국 경제를 끌어내리고 있다.
26일 정부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기존 1.7%에서 1.6%로 낮추면서 상반기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1.3%→1.1%)했다. 앞서 이달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올해 상반기 성장률 전망을 1.4%에서 1.1%로 낮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상반기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반도체시장 위축 등 수출 부진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추가 금리 인상 같은 경기 위축 요인도 여전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경제 지표는 연일 뒷걸음질치고 있다. 새해부터 이달 20일까지 누적 무역수지 적자는 59억8,700만 달러다. 2월이 가기도 전에 벌써 지난해 연간 적자(472억 달러)의 39.4%를 찍었다. 이 추세가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12개월 연속 무역수지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하게 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추락을 거듭하는 수출이 얼마나 회복되느냐에 따라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의 향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살아나는 듯했던 민간 소비는 지난해 4분기 들어 다시 감소세(-0.4%)로 돌아섰다. 설비투자는 2.3% 늘어나는 데 그쳐 같은 해 3분기(7.9%)보다 증가폭이 크게 줄었다. 주요 투자은행(IB)은 상반기가 아닌 연간 기준 경제성장률이 1%를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씨티은행과 ING은행은 올해 한국 경제가 각 0.7%, 0.6%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역성장(-0.6%)을 제시했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정책이 계속될 거라는 전망도 한국 경제엔 악재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 참석한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25일(현지시간) 한 인터뷰에서 “근원인플레이션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목표 수준보다 여전히 높다. 아직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고물가를 잡기 위한 긴축정책이 계속될 수 있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한국은행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했으나, 미국 연준이 금리를 추가로 올릴 경우 한은도 따라 올릴 수밖에 없다. 이는 기업·가구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게 된다. 근원인플레이션은 가격 변동폭이 큰 농산물·석유류를 제외하고 산출한 값으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다.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상반기엔 낮고 하반기엔 비교적 높은 ‘상저하고’ 흐름을 기대하지만, 전제 조건인 중국의 경제활동 재개(리오프닝)가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성 교수는 “중국의 리오프닝으로 주춤하던 국제 에너지 가격이 다시 상승하면서 고물가 충격이 세계 경제에 계속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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