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아다망에서' 다큐 영화로 2번째 황금곰상 수상
수상 기대 재캐나다 동포 감독 '패스트 라이브즈' 빈손
“세상에서 최고인 저희 아빠에게 바칩니다.”
배우는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무대에 올라 은빛 트로피를 받았다. 가족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 주연배우상(은곰상)의 주인은 스페인 배우 소피아 오테로였다. 그는 8세로 영화제 최연소 수상 기록을 세웠다. 오테로는 영화 ‘2만 개 종의 벌들’에서 성정체성을 고민하는 소녀를 연기했다.
25일 오후(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열린 제73회 베를린영화제 폐막식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작품상)은 프랑스 니콜라 필리베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아다망에서’가 가져갔다. 프랑스 파리 정신질환자 보호소의 일상을 들여다본 작품이다. 필리베 감독은 수상작 발표 후 무대에 올라 “당신들 미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40년간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인정받기 위해 끝없이 노력했는데, 영화예술로 인정을 받으니 깊이 감동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영화가 황금곰상을 수상한 것은 2016년 ‘바다의 불’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역시 다큐멘터리 영화 ‘모든 미인들과 유혈’에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줬다.
조연배우상(은곰상) 수상자는 독일 트랜스젠더 배우 테아 에레가 차지했다. ‘밤의 끝까지’에서 형사와 함께 마약조직에 침투하는 성전환 여성을 연기했다. 베를린영화제는 성별에 따른 차별의식을 없애기 위해 2021년부터 남녀 구분 없이 주연배우상과 조연배우상을 시상하고 있다. 심사위원대상(이하 은곰상)은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독일 영화 ‘붉은 하늘’이 수상했다. 감독상은 ‘대전차’의 프랑스 필립 가렐 감독에게 돌아갔다. 심사위원상은 호아오 카니요 감독의 포르투갈 영화 ‘나쁜 인생’이, 각본상은 ‘음악’의 독일 감독 앙겔라 샤넬네크이 각각 차지했다.
영화제는 개막 전부터 파격을 예고했다. 미국 배우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역대 최연소(33세)로 경쟁 부문 심사위원장에 위촉됐다. 스튜어트는 폐막식에서 “영화를 가장 영화답게 하는 게 무엇인지에 초점을 맞췄다”며 “베를린영화제는 경계를 밀어내는 축제로 영화들을 어떻게 규정하고 예술 작업을 어떻게 평가할지 등에 있어 확장된 기회를 우리에게 제공했다”고 밝혔다.
수상이 기대됐던 재캐나다동포 셀린 송 감독의 ‘패스트 라이브즈’는 빈손에 그쳤다. 한국에서 만나 어린 시절을 보낸 두 남녀가 20여 년이 흐른 후 뉴욕에서 재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영화제 일일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로부터 경쟁 부문 영화 중 최고 평점을 받는 등 호평이 이어졌으나 수상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송 감독은 ‘넘버3’(1997)와 ‘세기말’(1999)로 유명한 송능한 감독의 딸이라 국내 영화계에서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재중동포 장률 감독의 ‘그림자 없는 탑’ 역시 수상작 명단에 없었다. 홍상수 감독의 ‘물 안에서’는 인카운터스 부문에 초청됐으나 수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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