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대 국수본부장에 정순신 변호사 임명
警 '수사 독립' 상징 수장에 20년 검사
"검찰, 경찰 수사권 다 장악" 내부 충격
"외부 인사라 '방패막이' 역할" 기대도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 2대 본부장에 20년간 검사로 일한 정순신(57) 변호사가 24일 임명됐다. 국수본은 경찰에 대한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한 수사권 조정에 따라 2021년 신설됐다. 경찰의 오랜 숙원인 ‘수사권 독립’의 상징 조직 수장에 검찰 출신 인사를 앉힌 것이다. “수사권 조정 무력화” “검찰의 경찰 재장악” 등 벌써부터 내부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尹 대통령과 한솥밥... 한동훈 연수원 동기
정 신임 본부장은 부산 대동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95년 제3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변호사로 활동하다 2001년 검사로 전직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장,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장 등을 역임했다. 윤석열 대통령과도 인연이 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2과장이던 2011년 대검 부대변인을 지냈다. 2018년에는 서울중앙지검에서 각각 지검장과 인권감독관으로 함께 근무했다. 정 본부장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이원석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27기)이기도 하다. 2020년 법무연수원 용인분원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퇴직했다.
경찰이 지난달 진행한 국수본부장 외부 공모에는 정 본부장과 장경석 전 서울경찰청 수사부장, 최인석 전 강원 화천경찰서장 등 3명이 지원했다. 이후 경찰청은 외부 인사 중심의 인사추천심의위원회를 열어 정 본부장을 적임자로 낙점했다.
절차는 거쳤지만, 국수본부장에 비(非)경찰 출신을 임명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2021년 검ㆍ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은 검찰 수사지휘권에서 벗어나 1차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또 지난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통과로 검찰의 직접 수사 대상은 부패, 경제 등 2대 범죄로 축소됐다.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수사 조직에 외부 인사를 앉혀 비대해진 경찰권을 통제하고, 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술렁이는 경찰 내부... "경찰청장 직행?"
문제는 새 수장이 하필 검찰 출신이라는 점이다. 인사안이 공개되자마자 경찰 안에서는 “수사권 독립은 물 건너갔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검찰에 뿌리를 둔 국수본부장이 전국 단위 경찰 수사를 지휘하면 사실상 검찰 영향력 아래 놓일 것이란 우려다. 서울의 한 경찰 간부는 “기소ㆍ수사권을 모두 쥐고 무소불위 권력을 휘두르던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게 수사권 조정의 취지”라며 “이번 인사로 검경 상호견제의 균형은 깨졌다”고 지적했다. 경찰 내부망도 “조선총독부가 생각난다” “검사공화국에 대항할 세력은 아무도 없다” 등 원색적 비판으로 도배됐다.
일선 경찰관들은 무엇보다 수사 독립성의 훼손을 가장 걱정하고 있다. 공모라는 외피는 둘렀지만, 경찰 안팎에선 정 본부장 발탁 과정에 ‘윤심(尹心)’이 작용했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그가 국수본부장 지원을 앞두고 변호사 휴업을 한 것도 ‘사전 교감설’에 무게를 싣는 근거가 됐다. 심지어 정 본부장이 차기 경찰청장에 직행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치안총감인 경찰청장을 바로 아래 계급인 치안정감 7명 중 임명하도록 한 규정 탓이다.
다만 과도한 비관론을 경계하는 시각도 일부 있다. 외부 본부장 한 명의 입김만으로 3만 명이 넘는 수사 경찰을 좌지우지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논리다. 경찰은 ‘검사동일체’ 원칙에 따라 상명하복이 뿌리 내린 검찰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국수본 소속 한 경찰관은 “새 본부장 이력을 보면 특수통보다는 ‘형사통’으로 읽힌다”며 “검찰의 수사 노하우를 경찰에 이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외부 인사라 오히려 든든한 ‘방패막이’ 역할을 해줄 수도 있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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