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겨울잠을 깨고 25일부터 시작하는 2023시즌 프로축구 K리그는 역대 가장 특별하다. 그 중심에 팬들의 사랑을 기다리는 선수들이 있다. 먼저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들이 손님 맞이로 분주하다. 해외에서 뛰다 국내로 복귀한 선수들도 심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팬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지고 설렌다"고.
'해외파' VS '토종파'
이번 시즌 팬들은 행복한 고민에 빠질 만하다. 먼저 돌아온 '해외파'가 눈에 띈다. 가장 기대받고 있는 선수는 황의조(31·서울)다. '옛 스승' 안익수 감독의 부름을 받고 서울에 입성한 그는 올 시즌 "두 자릿수 골을 넣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성남을 거쳐 일본, 프랑스, 그리스를 돌아 6년 만에 K리그에 복귀한 황의조는 동기부여가 확실하다. 유럽에서의 부진을 말끔히 씻고 자국에서 원기회복해 돌아가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다. 비록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이지만 조규성(25·전북)과의 골잡이 경쟁, 수원삼성과의 슈퍼매치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 시즌 K리그에 입성해 맹활약한 이승우(25·수원FC)도 빼놓을 수 없다. 황의조도 "이승우처럼" 경기력을 회복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 스페인과 벨기에, 포르투갈 등에서 뛰다 국내 복귀한 이승우는 지난해 14골(득점 4위)로 팬들 기대에 부응했다. 특유의 코믹한 세리머니도 팬들의 관심사다. 그는 "경기 하루 이틀 전에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세리머니 고민도 이어갔다. 올겨울 해외 이적설을 뒤로하고 K리그에 잔류한 그의 선택이 빛날 수밖에.
'월드컵 수혜자' 조규성이 득점포 가동에 나선다. 그는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2골을 기록해 '토종도 세계에서 통한다'는 저력을 보여줬다. 올겨울 유럽 진출을 노렸지만 일단 올스톱됐다. 전북에서 심기일전한 뒤 여름 시장의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그러려면 지난 시즌 득점왕(17골)만큼 활약을 보여줘야 하는 조규성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제주에서 울산으로 건너간 '토종 주포' 주민규(33)의 각오도 남다르다. 지난 2년 연속 K리그1 최다득점 기록을 가진 그는 개인 기록보다 팀의 성적이 중요해졌다. 지난 시즌 '디펜팅 챔피언' 울산에 둥지를 틀며 "두 자릿수 득점 욕심이 항상 있지만, 나는 그 어떤 선수보다 우승이 간절하다"고 피력했다.
언제나 빛나는 노장 투혼
녹색에서 파란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김보경(34·수원삼성)은 '그라운드의 사이다'가 될 전망이다. 꽉꽉 막혁던 수원의 중원을 시원한 패스로 뻥뻥 뚫어줄 채비를 마쳤다. 김보경은 "수원의 젊은 후배들과 조화 이루며 팀 분위기를 살리겠다"고 선·후배 간 소통 창구 역할도 마다하지 않는다.
염기훈(40·수원삼성)은 올해 플레잉 코치를 맡아 1년 더 현역으로 뛴다. 선수로서 마지막 시즌이 될 공산이 크다. 현재 개인 통산 77골 110도움을 기록 중인 그는, 3골만 더하면 '80(골)-80(도움)' 클럽에 가입하게 된다. 승강제 이전과 K리그1, K리그2를 합쳐 최초의 선수가 되는 것이다.
골키퍼 김영광(40·성남)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2002시즌 전남에서 데뷔해 현재까지 588경기에 출장한 그는 올 시즌 600경기 출장에 도전한다. 김병지(53·은퇴)의 706경기에 이어 K리그 통산 최다 출장 2위인 김영광은 올해 12경기 이상 나서면 600경기 출전 달성이 가능하다.
외국인 용병들의 힘
올 시즌 K리그1 팀별 외국인 선수 보유한도가 최대 6명으로 늘었다. 국적 무관 5명과 아시아축구연맹(AFC) 국적 1명이다. 외국인 선수 영입 경쟁이 뜨거워지는 건 당연하다. 그 중심에 아마노 준(32·전북)이 있다. 올 시즌 울산에서 전북으로 이적한 아마노는 그 과정에서 홍명보 울산 감독의 저격을 받았다. 그러면서 K리그 개막전인 울산과 전북의 '현대가(家) 더비'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세징야(34·대구)와 일류첸코(35·서울)는 믿고 보는 외국인 선수다. K리그에 외국인 주장 2명이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2년 연속 주장이 된 세징야는 한국어로 "가자! 가자!"를 외치며 사기를 끌어올린 '소통왕'이며, K리그 4년차 '독일 아재' 일류첸코의 카리스마 리더십도 기대해 볼 만하다.
K리그1 승격에 공을 세운 산드로(33·광주)는 K리그 첫 부주장으로 경기장에 나선다. 그는 "무조건 공격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이정효 감독의 목표를 위해 꼭 필요한 공격수다. 부주장이라는 책임감까지 짊어진 산드로의 활약에 이목이 쏠린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