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40주년을 맞은 프로축구 2023시즌 K리그가 25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8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올해도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2강 체제’를 전망하고 있지만, ‘현대가’ 아성에 도전장을 내민 타 구단들의 각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조성환(인천 유나이티드)·김기동(포항 스틸러스)·이정효(광주 FC) 감독은 지난 시즌 ‘올해의 감독상’을 차지한 홍명보 울산 감독과 치열한 지략 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조성환 감독은 올 시즌 축구 전문가들과 팬들로부터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주인공이다. 2020년 8월 당시 강등권으로 처져 있던 인천의 소방수로 지휘봉을 잡은 그는 그해 기적적인 K리그1 잔류를 이끌었고, 지난해에는 인천을 리그 4위로 올려놨다. 구단 창단 후 처음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도 따냈다. 팬들에게 '조버지(조성환과 아버지를 합친 합성어)'로 불리는 조 감독은 지난 시즌 ‘올해의 감독상’ 투표에서 홍명보 울산 감독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조 감독과 인천의 비상을 이끈 원동력은 '짠물 축구'로 대변되는 탄탄한 수비력이다. 그는 부임 후 강민수, 김광석, 오반석 등 베테랑을 꾸준히 영입해 수비를 강화했다. 그 결과 2018시즌 리그 최다실점(69점)을 기록했던 인천은 지난 시즌 리그에서 4번째로 적은 골(42실점)을 허용한 팀으로 변모했다.
공격면에서도 그의 용병술은 빛났다. 그는 지난 시즌 중반까지 리그 최다골을 기록 중이던 스테판 무고사가 일본 J리그 비셀 고베로 떠나자 경남FC에서 활약했던 에르난데스를 데려와 팀 전술에 녹여냈다. 또 윙백 자원으로 분류됐던 김보섭을 공격수로 기용하는 유연함도 보였다.
올 시즌 리그와 ACL을 병행해야 하는 조 감독은 비시즌 전력 보강에도 힘썼다. 리그 정상급 미드필더인 신진호, 유럽리그를 경험한 폴조제 음포쿠,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검증을 마친 제르소 등을 영입했다. 조 감독은 20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K리그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4강 중 한 팀은 당연히 인천이 돼야 한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시즌 모두의 예상을 깨고 포항을 리그 3위에 올린 김기동 감독 역시 올 시즌 또 한 번의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다소 무게감이 떨어지는 포항 선수단을 이끌고도 2019년 부임 후 매 시즌 호성적을 올리며 팀 컬러인 ‘화수분 축구’의 명맥을 잇고 있다. 유스 출신인 고영준, 이승모 등이 김 감독의 손을 거쳐 만개했고, 노장인 김승대, 임상협(현재 FC서울) 등을 영입해 부활의 발판을 마련해 줬다.
김 감독은 탁월한 경기운영으로 ‘보는 재미’를 선사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팀이 이기고 있을 때에도 라인을 내리지 않고, 하나의 포메이션을 고집하기보다 선수 상황에 맞춰 다양한 전술실험도 감행한다. 그는 이 같은 강점을 살려 주축선수가 대거 빠졌던 2021시즌 ACL에서 준우승을 일궈냈고, 2020시즌 K리그에서는 최초로 3위팀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또 지난 시즌에는 7년 만에 포항이 승점 60을 올리는 쾌거를 이뤄냈다. 올 시즌 팀의 주축인 신진호(인천), 임상협 등이 타팀으로 이적한 만큼, 김 감독 특유의 용병술과 경기운영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1년 만에 K리그1으로 돌아온 광주의 수장 이정효 감독의 활약도 기대된다. 지난 시즌 광주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 감독은 선수들의 컨디션과 상대팀 전술에 따라 매 경기 새로운 조합을 들고 나오는 신출귀몰한 경기운영을 선보였다. 그 결과 광주는 헤이스(12골), 엄지성(9골), 산드로(7골), 허율(6골) 등 다양한 득점루트를 확보했고, K리그2 역대 최다 승점(86)으로 1부리그에 자동승격됐다. 2위 대전 하나 시티즌(승점 74)을 압도한 이 감독은 지난 시즌 K리그2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이 감독은 20일 미디어 데이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 감독은 “광주만의 색깔을 내고 싶다. 소신을 꺾지 않고 밀고 나갈 것”이라며 “잔류가 목표는 아니다. 첫 경기부터 우리가 어떤 팀인지 보여주겠다”며 올 시즌 ‘다크호스’로서의 활약을 예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