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적으로 미국과 밀착해 중국 압박
대통령이 직접 中 대사 초치해 항의
"몸값 높아진 필리핀, 서구 전략 핵심"
필리핀이 중국 견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놓고 수년간 중국과 대치해 왔지만, 최근에는 노골적으로 미국과 밀착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필리핀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변수가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3일 마닐라타임스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해안경비대(PCG)는 “현재 30척의 중국 선박이 필리핀 서쪽 해역에 정박 중”이라며 “중국은 우리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대한 필리핀의 법적 소유권을 계속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틀 전 미국 해안경비대와의 남중국해 공동 해상 순찰 가능성까지 공개하며 경고했지만, 중국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필리핀은 중국에 대한 견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달 초 해안경비대가 남중국해에 함정을 추가로 배치하고 항공기를 이용한 정찰 횟수를 늘린 데 이어 미군에 주요 군사기지 4곳의 접근·사용 권한을 줬다. 일본, 호주 등과도 손잡고 안보 협력 강화에도 나섰다. 15일에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이 중국 대사를 초치해 자국 선박에 대한 중국의 도발에 항의했다. 외교부 고위 관료가 아닌 국가 최도 지도자인 대통령이 직접 대사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건 이례적이다.
남중국해 영유권을 둘러싼 필리핀과 중국의 분쟁은 역사가 깊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필리핀 대통령은 중국과의 스킨십을 이어가며 갈등을 노출하지 않은 반면 지난해 6월 취임한 마르코스 대통령은 공개적인 반중 행보를 택했다.
중국을 바라보는 필리핀의 시선도 싸늘해졌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친중’ 움직임에도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필리핀 어선을 나포하고 병력을 증강해 불신이 커진 탓이다. 대만 해협에서 중국이 긴장 수위를 높여가는 것 역시 불안을 키웠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일본 니혼게이자이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필리핀이 말려들지 않는 시나리오를 상상하기 힘들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필리핀 여론조사기관 펄스 아시아가 실시한 조사에선 필리핀 응답자 84%가 “미국과 협력해 남중국해 주권을 지켜야 한다”고 답했다.
중국 견제를 위해 적극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치고 있는 미국은 필리핀의 손을 기꺼이 잡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패권 경쟁으로 동남아시아의 지정학적 몸값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특히 필리핀은 전략의 중심이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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