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간 재활용을 강조한 플라스틱 정책은 실패했습니다. 이제는 강도 높은 감축 규제가 필요합니다."
지난 20일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미국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 사무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국제 환경단체인 그린피스의 플라스틱 정책 총책임자다.
이날 그는 2024년 제정될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3월 유엔환경총회(UNEA)는 플라스틱 감축에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국제 협약을 제정하기로 결의했다. 이 협약은 "파리협약 이후 가장 야심 찬 기후 외교"라고 평가된다. '플라스틱 전체 수명주기를 반영하는 법적 구속력 있는 내용'을 포함하기 때문이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협약이 체결되기 직전까지 '이미 생산된 플라스틱 폐기물만을 반영하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생산 단계에서의 감축은 빼고 폐기물 관리만 규제 범위에 넣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협약은 결의 한 달 전까지도 방향이 확정되지 않았다.
논쟁 끝에 협약은 생산 단계도 규제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런 결정에는 현 수준의 규제를 유지할 경우 7년 뒤 연간 플라스틱 생산량이 2배가량 증가할 것(세계자연기금·2021년)이라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포브스는 "생산을 멈추지 않는다면 플라스틱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세계 지도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이 협약은 플라스틱 문제를 끝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세계 4위 에틸렌(플라스틱 원료) 생산지다.
다만 이 협약의 효력이 약화될 여지는 남아 있다. 아직 구체적인 감축 목표와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UNEA는 2024년까지 다섯 차례 '정부 간 협상 위원회 회의(INC)'를 열어 세부 내용을 결정할 예정이다. 1차 회의(INC-1)는 지난해 11월 우루과이에서 열렸고, INC-2는 오는 5월 프랑스에서 개최 예정이다.
세부 사항이 결정되기 전 석유화학 업계에서 재활용을 강조해 감축 목표를 완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포브스의 판단이다. 그는 "석유화학 기업들이 재활용으로 플라스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처럼 정부와 국민을 호도하고 있다"며 "수십 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재활용률은 9%에 그친다"고 꼬집었다. 또한 재활용률을 높여도 막대한 생산량에 따른 탄소 배출 문제는 여전하다.
포브스는 협약이 효력을 갖기 위해 △급격한 플라스틱 감축 계획 △재사용 시스템으로 전환 △플라스틱 산업계 노동자 보호 등 세 가지 목표가 협약에 반드시 담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영국 앨런 맥아더 재단에 따르면, 일회용기 20%를 다회용기로 바꾸면 100억 달러가량의 경제적 이익이 발생한다. 김나라 그린피스 서울 캠페이너는 "한국 정부는 INC-5를 한국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실효성 있는 협약이 나오도록 나서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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