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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미국과 핵협정 중단" 선언... 또 시작된 '핵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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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미국과 핵협정 중단" 선언... 또 시작된 '핵 위협'

입력
2023.02.21 22:28
수정
2023.02.21 22:38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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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1주년 앞두고 국정연설
뉴스타트 참여 중단... "탈퇴는 아냐"
"미국이 핵실험하면 우리도" 으름장
"전쟁은 서방 탓" 기존 입장 되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모스크바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국과 맺은 핵무기 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앞서 미국의 핵무기 사찰을 거부한 데 이어, 아예 핵 감축 논의 자체를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앞두고 재차 '핵 위협'에 나서면서, 러시아는 사실상 전쟁을 끝내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 고스티니 드보르 전시장에서 2시간가량 진행된 국정연설을 통해 "러시아는 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며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핵 사찰을 허용하라고 요구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날 연설은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이후 푸틴 대통령의 첫 국정연설이다.

전 세계 보유 핵탄두의 90%를 차지하는 미국과 러시아가 2010년 체결한 뉴스타트는 양국의 핵탄두 수를 1,550개 이하로 줄이고, 핵 시설에 대한 상호 사찰을 허용하는 게 골자다. 2021년 한 차례 연장(5년)을 거쳐 2026년 2월까지 유효하지만,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후속 조치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러시아는 미국 측의 핵무기 사찰 요구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다만 푸틴 대통령은 "이번 중단 결정이 '탈퇴'는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의 핵무기에 대한 통제를 협정 복귀 조건으로 내걸었다.

이날 푸틴 대통령은 '핵 실험'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그는 "미국이 새 유형의 핵무기를 개발 중이고, 일부 인사들이 전면적 핵무기 시험 가능성을 고려한다는 걸 알고 있다"며 "미국이 핵 실험을 할 경우 러시아도 똑같이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러시아의 뉴스타트 참여 중단 선언에 대해 미국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리스 아테네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무책임한 결정"이라며 "러시아가 실제로 무슨 일을 하는지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1년째 끌어 온 전쟁의 책임을 서방에 돌리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그는 "서방이 지역 분쟁을 세계적인 분쟁으로 몰고 갔다"며 "우크라이나에서 확전의 책임은 서방 엘리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참전 군인을 위한 국가 기금 마련 등 전쟁 관련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한다는 내용에 연설의 상당 부분을 할애하기도 했다. 전쟁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유지하기 위한, 사실상 '내부 단속용' 발언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강하게 반발했다.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은 푸틴 대통령 연설 직후 "그들은 전략적으로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며 "우리의 목표는 그들을 우크라이나에서 쫓아내고 모든 행동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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