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성남FC 의사결정 권한 측근들에 위임
'얼마나 알고 어느 정도 개입' 입증 필수적
檢 "대리인일 뿐 李가 상선"… 李 "증거無"
李, 유동규엔 선 긋고 정진상은 언급 피해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장동·위례신도시' '성남FC' 관련 업무를 측근들에게 위임한 것으로 규정하면서, 성남시장 시절 이 대표의 역할과 관여 정도를 두고 검찰과 이 대표 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측근들의 불법 행위에 대한 이 대표의 지시나 묵인이 있었는지가 향후 재판 과정에서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21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인 유동규씨에게 대장동·위례신도시 관련 권한을 위임했다. 성남FC 후원금 관련 업무는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맡겼다. 검찰은 유씨와 정 전 실장이 보고하면 이 대표가 결재했으며, 이 대표가 직접 지시한 것도 대부분 측근들에게 일임했다고 봤다.
이 대표는 2010년 10월 유씨를 공단 기획본부장으로 임명해 공사 설립과 개발사업 등 주요 공약 이행 업무를 맡겼다. 공단 이사장을 거치지 않고 이 대표나 정 전 실장에게 직접 보고하고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포괄적 실무 권한을 부여했다. 특히 이사장에 대한 직무상 복종의무 삭제, 비공식 직제 신설 승인, 인사권 등으로 실질적 장악력을 확보해 줬다.
구속영장 청구서에는 이 대표가 "유동규 말이 내 말"이라고 언급한 정황도 적시됐다. 유씨에게 직접 보고받고 "1공단 공원만 하면 나머지 이익은 알아서 하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 대표가 정 전 실장을 통해 유씨로부터 보고받고 승인했거나, 이 대표와 정 전 실장이 유씨에게 보고받고 지시했다는 구조다.
이 대표는 2010년 7월 정 전 실장을 성남시 정책비서관 자리에 앉힌 뒤, 일선 부서에 인허가 등 각종 사안을 시장에게 보고하기 전에 반드시 정 전 실장의 사전 검토를 거치도록 지시했다. 검찰은 이 대표가 그를 '측근' '정치적 동지'라고 언급한 것도 강조했다. '대장동 일당(특히 김만배씨)→유동규→정진상→이재명'으로 연결되는 구조에서 긴밀한 소통이 있었을 것으로 암시한 셈이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관련해선 '이 대표가 정진상으로 하여금 구단주인 자신의 대리인으로서 성남FC 운영을 총괄하도록 했다'고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었다. 이 대표가 2015년 2월 성남FC 대표에게 "성남FC 운영을 정진상에게 맡겨 뒀으니 향후 각종 현안을 상의해 진행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정황도 기재됐다.
검찰은 결국 정 전 실장과 유씨는 대리인일 뿐, 최종 결재권자인 이 대표가 몸통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검찰 주장에 따르더라도 측근들이 전면에 나서 권한을 행사한 만큼, 불법행위에 이 대표가 인지하고 관여했는지가 입증돼야 한다.
이 대표 측은 구속영장 청구서 내용을 반박했다. 이 대표가 공범이 되기 위해선 '보고받았다' '묵인했다' 등의 사실이 인정돼야 하지만, 공문서로 공모 의혹을 남겼을 순 없으니 직접 증거는 관련자 한두 명 진술 외에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특히 "유동규가 스스로 저지른 불법행위를 시장인 내게 보고한다는 건 상식 밖의 얘기"라고 밝힌 바 있다. 유씨가 진술 태도를 바꾼 점도 강조한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정 전 실장에 대한 언급은 않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자기 패를 다 보인 유씨보다는 정 전 실장 입장이 매우 중요해졌다"며 "이 대표가 범행을 알고서도 묵인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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