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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전세금을 안 준다고?"... 임차권 등기 명령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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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이 전세금을 안 준다고?"... 임차권 등기 명령 급증

입력
2023.02.21 17:0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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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수도권 1년 전보다 4배 급증
임차인 우위로 전월세시장 재편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2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뉴스1

서울 강남구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는 김모(42)씨는 최근 집주인 상대로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했다. '세입자가 안 구해져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으니 기다려 달라'는 말만 거듭하는 집주인 행태에 분노가 치밀었기 때문이다. "임차권 등기가 기재되는 대로 집을 비우고 집주인에게 지연이자도 청구할 계획입니다."

임차권 등기 명령 4배 급증

21일 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사 아파트 전세 매물표 모습. 뉴스1

21일 서울 강남구 공인중개사 아파트 전세 매물표 모습. 뉴스1

최근 김씨처럼 전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법원에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하는 세입자가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이 늘고 있다는 얘기인데, 고금리 여파로 전세 수요도 쪼그라든 터라 현재로선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출구가 없는 상황이다.

21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 건수는 4,822건으로 1년 전(3,226건)보다 49.4% 급증했다.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다. 올해도 이런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1월 서울·수도권에서 이뤄진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 건수(집토스 집계)는 1,734건으로 1년 전 같은 기간(419건)보다 4배 이상 불어났다.

임차권 등기 명령은 법원 명령에 따라 해당 부동산 등기에 세입자가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 권리(임차권)를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법에선 이미 확정일자를 받았더라도 실거주하지 않으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사라지지만, 임차권이 인정되면 이사를 가더라도 대항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집주인은 새 세입자도 들이기 어려워진다. 등기에 임차권이 기록된 것 자체가 제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았다는 뜻이라, 임차권 등기 주택은 세입자들이 일단 거른다. 은행에서 대출받아 보증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도 막힌다.

"집주인 압박하는 최고 수단"

과거만 해도 '다음 세입자를 구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집주인 요청을 세입자가 받아들이는 게 관행처럼 통했다. 최근엔 상황이 180도 뒤집혔다. 무엇보다 전셋값 추락으로 전·월세시장이 완전히 임차인 우위로 재편된 영향이 크다. "전세금은 세입자가 집주인에게 내준 무이자 대출과 다름없는 만큼 계약 종료일에 전세금을 내주는 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논리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도 '임차권 등기 명령=최고의 집주인 압박 수단'이라는 취지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계약 종료 통보에도 아무런 대꾸도 없던 집주인이 내용증명을 통해 임차권 등기 명령을 신청했다고 했더니 곧바로 전세금을 돌려줬다'는 식이다. 임차권 등기 명령 신청 뒤 곧바로 전세금반환소송을 진행하는 사례도 많다. 이렇게 하면 전세금에 대한 지연이자까지 받을 수 있다.

최근 입주물량이 쏟아진 서울 강남구와 인천지역,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집중된 서울 강서구를 중심으로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전세금 퇴거 요건 완화 등 연착륙 조치가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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