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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산책하다 '철커덕' 날벼락…'불법 포획 덫' 피해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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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산책하다 '철커덕' 날벼락…'불법 포획 덫' 피해 속출

입력
2023.02.22 04:00
수정
2023.02.22 07: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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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부산 등지서 사고 잇따라
"법 있어도 제한 없는 덫 구매가 문제"

10일 서울 강남구 탄천 산책로에서 보호자와 산책 중이던 반려견이 걸린 덫. 댄 맥키온씨 제공

10일 서울 강남구 탄천 산책로에서 보호자와 산책 중이던 반려견이 걸린 덫. 댄 맥키온씨 제공

“깨갱.”

이달 10일 외국인 댄 맥키온씨는 서울 강남구 수서동의 탄천 산책로를 걷다가 반려견의 비명 소리에 깜짝 놀랐다. 돌아보니 철사 줄에 다리가 묶인 강아지가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낑낑대고 있었다. 야생동물 포획용 ‘덫’에 걸린 것이다. 맥키온씨가 아무리 당겨봐도 철사 줄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원이 기계를 사용해 줄을 절단한 뒤에야 반려견은 덫에서 풀려났다. 다리는 피투성이였다. 그는 21일 “덫은 포장 산책로 바로 옆에 설치돼 있었다”며 “강아지가 아니었으면 사람이 밟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소식은 빠르게 퍼져 강남구청에 민원이 빗발쳤다. 탄천 일대를 점검한 구청은 사고 장소 인근에서 덫을 하나 더 발견했다. 하지만 누가, 어떤 이유로 덫을 놨는지는 여전히 모른다. 산책로 주변에 폐쇄회로(CC)TV도 없어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구청 측 대응도 현장 인근에 “포획도구 설치를 금한다”는 내용의 표지판을 세워둔 게 고작이다. 한 주민은 “덫에 걸릴까 봐 산책하기도 겁난다”고 토로했다.

전국 곳곳에서 올무(올가미 모양의 사냥도구), 덫 등 불법 사냥도구에 따른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과거에는 밀렵꾼들이 멧돼지, 고라니 등 산짐승을 잡으려 인적이 드문 야산에 덫을 놔 인명 피해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들어 유동인구가 많은 산책길과 공원 등지에까지 덫이 출몰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불법이라는데... 구하기 너무 쉬운 '덫'

지난해 12월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발견된 덫. 폴 포터씨 제공

지난해 12월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발견된 덫. 폴 포터씨 제공

앞서 6일에도 경북 경산시의 한 산책로 옆 강둑에서 반려견이 이른바 ‘멧돼지 덫’에 걸린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말에는 부산 강서구 대저생태공원에서 덫을 건드린 반려견을 구하려다 보호자의 손가락 일부가 잘리기도 했다. 공원 내 캠핑장 인근에 ‘창애(톱니가 달린 덫)’가 설치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덫을 밟으면 양쪽으로 벌려놓은 출렁쇠가 튀어나와 사냥감의 다리를 물고 늘어지는 장치다.

이유는 오리무중이다. 동물전문가들도 야생동물이 없는 도심지에 덫을 놓을 까닭이 없다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여름철 장마 때 하천 범람으로 덫이 떠내려 온 것 아니냐는 추론도 나오지만, “가능성이 낮다”(송지성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는 반응이 많다. 도심에 가끔 출몰하는 멧돼지도 대부분 덫보다는 사냥개를 투입해 포획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물보호단체들은 길고양이처럼 동물학대 목적일 수 있다고 의심한다.

문제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도 덫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법 자체는 엄하다. 야생생물법은 덫, 올무 등 야생동물 포획 도구 소지 및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①연구 ②유해동물 포획 등에 한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사전 허가를 받았을 때에만 설치가 가능하다.

현실은 다르다. 무엇보다 덫을 구하는 게 너무 쉽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철물점에선 별도 확인 절차 없이 다양한 덫을 팔고 있다. 한장희 서울시야생동물센터 수의사는 “CCTV 증거 자료가 없으면 현실적으로 덫을 설치하는 주체를 잡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며 “아무런 제약이 없는 손쉬운 덫 구매 절차부터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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