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다만 대화라는 건 상대를 존중하고 인정할 때 가능하다. 부부간 대화하고 싶다면서 남편이 아내에게 가계부 어떻게 썼는지 검사하겠다며 내놓으라고 추궁하면 대화를 시작이나 할 수 있겠나. 상대를 중요한 문제에 대한 의논 파트너로 대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21일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최근 정부 여당의 연이은 '노조 때리기'로 노정 갈등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노동개혁의 중심 축을 맡고 있는 경사노위에 노동계의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시한 셈이다.
김동명 위원장은 이날 약 2년 만에 경사노위를 찾았다. 이번 방문은 지난해 10월 김문수 위원장이 취임 직후 한국노총을 방문한 것에 대한 답방이자, 지난달 연임에 성공한 김동명 위원장의 취임 인사로 볼 수 있다.
김동명 위원장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도 '뼈 있는' 말을 던졌다. "노동계를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 정부 태도가 바뀌지 않으면 변화 단초를 찾기 어렵다"면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겠지만, 정부 정책에 일방적 들러리로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 단언했다. 김 위원장은 "한국노총이 일방적으로 굽히고 대화를 구걸할 정도로 약한 조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정부는 이달 초 노동개혁의 기반을 마련할 '노사관계 제도·관행개선 자문단'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 연구회'를 경사노위 산하에 마련했는데, 교수 등 전문가들로만 조직을 구성했다. 자문단과 연구회는 근로시간·파견제도 개편 등 민감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당시 한국노총은 "노동계가 빠진 논의는 사회적 대화라고 할 수 없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냈었다.
김문수 위원장은 한국노총에 대화와 참여를 수차례 요청했다. 그는 "경사노위야말로 한국노총이 대통령·고용노동부와도 잘 소통하고 협력할 수 있는 운동장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며 "노동개혁이 한국노총 발전의 디딤돌이 될 수 있도록 대화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를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대화 필요성은 김문수 위원장이 아주 오랫동안 일관되게 해온 말이라 진의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진의에 걸맞은 행동까지 보여줄 때 더 큰 담론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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