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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5년 대추 전문가 "대추로 미국, 중국 이어 싱가포르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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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15년 대추 전문가 "대추로 미국, 중국 이어 싱가포르 진출"

입력
2023.02.2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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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군위군 대추 가공식품 전문가 이재혜 대표
2008년 귀농해 부추와 잡초도 구분 못한 초보 농부 3년
2014년 대추 가공에 뛰어들어 2016년 본격적으로 제품 생산
2018년 미국 2020년 중국에 이어 2023년 싱가포르 진출할 것
"중국 대추로는 못 만드는 대추청, 군위 대추 대추청은 세계 최고"

경북 군위의 대표 대추 농사꾼인 이재혜 대표는 대추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제품이 2018년과 2020년 미국과 중국에 수출하던 중 대추청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광원 기자

경북 군위의 대표 대추 농사꾼인 이재혜 대표는 대추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을 만드는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그의 제품이 2018년과 2020년 미국과 중국에 수출하던 중 대추청이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김광원 기자


"안 믿는 분들이 많은데, 경북 군위 대추는 세계 최고입니다."

이재혜(56)씨는 경북 군위에서 알아주는 대표 대추 농사꾼이자 대추를 이용한 다양한 식품을 만드는 제조업체 사장이다. 그가 만든 '대추 스낵'이 올해 초부터 군위 군청에서 손님 접대용 간식으로 자리 잡았을 정도로 군에서도 실력을 인정을 받고 있다. 이씨는 "미국과 중국 등 대추 산지나 소비 지역을 두루 다녀봤지만 군위 대추만큼 실하고 맛있는 대추는 없었다"면서 "직접 만져보고 맛보았던 만큼 한국 대추가 세계에서 제일 맛있는데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큰 팔공산 자락에서 생산한 군위 대추가 세계 최고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친환경, 해썹에다 할랄 인증까지

지금은 대추 전문가가 다 됐지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부추와 잡초도 구분하지 못하는 '시내 사람'이었다. 2008년 결혼하기 전까지 서울에서 태어나 쭉 도시에서 살았다. 결혼한 이듬해 남편을 따라 군위에 터를 잡았다. 그녀의 눈에 들어온 시골 풍경이란 파란 것은 식물, 붉은 것은 땅이었다. 농사 거리도 크게 없었다. 남편 박규영(57)씨가 고향에 홀로 계신 어머니가 몸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부랴부랴 귀향했던 까닭이었다. 유일하게 남보다 많은 건 대추나무였다. 그렇게 대추나무 농사에 뛰어들었다.

"3년 동안 거의 수확을 못 했어요. 농사일은 일(1)도 모르면서 친환경 생산하겠다고 고집스럽게 버텼어요. 그 덕에 지금은 제초제 한 방울 없이 밭을 건사하는 기술을 터득했지만 처음엔 황당 그 자체였어요."

2014년에 대추 가공에 뛰어들어 2016년에 180㎡ 가공공장과 비슷한 크기의 창고를 마련했다. 공장에서 말리고 찌고 즙을 내서 다양한 식품을 만들면서 친환경 인증을 비롯해 해썹과 할랄, 비건 등 인증이란 인증은 모두 받아두었다.


이 대표가 만든 대추 스넥은 부드럽고 대추 본연의 깊은 맛이 나 군위군청 손님 접대용으로 자리 잡았다. 김민규 기자

이 대표가 만든 대추 스넥은 부드럽고 대추 본연의 깊은 맛이 나 군위군청 손님 접대용으로 자리 잡았다. 김민규 기자


이 대표가 만든 건대추. 이곳에서 재배한 대추는 크기가 큰데다 식감도 좋아 건대추로도 인기가 높다. 김민규 기자

이 대표가 만든 건대추. 이곳에서 재배한 대추는 크기가 큰데다 식감도 좋아 건대추로도 인기가 높다. 김민규 기자


한국 대추는 되는데, 중국 대추는 왜 안 되죠?

2018년과 2020년에 미국과 중국에 수출하면서 해외에서 생산하는 대추에 관심이 생겼다. 현재 세계 대추 생산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루어진다. 거대 생산국이자 최대 소비국이다. 베트남도 대추를 소비한다. 붉은색을 선호하는 중국의 영향을 받은 까닭이다.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열린 식품박람회에 참가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소비되는 대추의 상품성을 직접 확인했다. 이 대표는 "알려진 대로 한국 대추가 중국산에 비해 과육과 씨가 잘 분리되지 않고 향이 진하다"면서 "한국 대추의 우수성은 대추를 소비하는 모든 나라에서 인정한다"고 설명했다.

"한번은 중국 신장에서 큰 대추가공 공장을 하는 분을 만났어요. 제가 가지고 간 대추청을 보더니 '대추로 어떻게 청이 만들어지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이렇게 물었어요. '한국 대추는 청이 되는데, 중국 대추는 왜 안 되느냐'고요."

이 대표에 따르면 중국 대추는 우려도 맛이 나지 않는다. 대추 종류가 200여종에 이르지만 즙을 내서 제대로 맛이 나는 것은 한국 대추밖에 없다. 건대추의 경우도 중국 대추는 당을 입힌다.


군위 대추로 생산하는 대추청은 향이 깊고 맛이 진하다. 첨가물도 없이 오직 대추만을 원료로 쓴다. 우유에 타서 먹으면 첫맛은 커피, 끝맛은 대추의 깊은 향이 느껴지는 대추라떼가 완성된다. 김민규 기자

군위 대추로 생산하는 대추청은 향이 깊고 맛이 진하다. 첨가물도 없이 오직 대추만을 원료로 쓴다. 우유에 타서 먹으면 첫맛은 커피, 끝맛은 대추의 깊은 향이 느껴지는 대추라떼가 완성된다. 김민규 기자


이재혜씨가 남편인 박규영씨와 함께 대추를 이용한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규 기자

이재혜씨가 남편인 박규영씨와 함께 대추를 이용한 제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김민규 기자


한번 맛보면 절대 잊을 수 없는 '대추라떼'

군위 대추로 생산하는 대추청은 향이 깊고 맛이 진하다. 그 어떤 첨가물도 없이 오직 대추만을 원료로 쓴다. 우유에 타서 먹으면 첫맛은 커피, 끝맛은 대추의 깊은 향이 느껴지는 대추라떼가 완성된다. 이 대표는 "세계적인 커피 체인에 내놓아도 인기 메뉴로 등극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대추가 이렇게 좋은데 제대로 못 알린 건 군위 사람들의 큰 잘못이라고 생각해요. 대추 아가씨라도 선발해서 국내에, 아니, 세계에 군위 대추의 우수성을 알려야 합니다!"

2023년은 이 대표에게 새로운 도약의 해다. 2018년 미국, 2020년 중국 수출에 이어 올해는 싱가포르에 진출할 계획이다. 대추청과 대추잼, 홍삼대추 농축액, 대추분말, 알대추, 건대추, 대추 스낵 등을 이미 만들어두었고, 대추빵과 대추약과를 새롭게 상품화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처럼 식품 첨가물 없이 오직 대추의 맛과 향으로만 만들 계획이다.

"대추맛을 알면 전 세계에서 군위로 몰려와 제품을 달라고 사정사정 할 거예요.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지만요. 2023년 군위 대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원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재혜씨와 남편인 박규영씨가 군위군 우보에 위치한 공장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민규 기자

이재혜씨와 남편인 박규영씨가 군위군 우보에 위치한 공장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김민규 기자


김진열 군위군수는 "군위는 팔공산자락을 품고 있어 일교치가 큰 까닭에 대추도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깊다"면서 "생산량은 최고가 아니지만 품질에 있어서는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김민규 기자

김진열 군위군수는 "군위는 팔공산자락을 품고 있어 일교치가 큰 까닭에 대추도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깊다"면서 "생산량은 최고가 아니지만 품질에 있어서는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김민규 기자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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