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전 피의자 심문 도입 당시도 대립
이용훈 전 대법원장 재임 때 충돌 격화
영장 갈등 국면마다 '영장항고제' 거론
법조계 "기존 제도 고려한 숙의 필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대면심리 제도 도입을 둘러싼 형사소송규칙 개정안을 두고 법원과 검찰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지만, 양측 갈등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피의자 인권 및 적법 절차 원칙을 중시하는 법원과 수사 밀행성·효율성을 강조하는 검찰은 영장 제도를 두고 사사건건 대립했다.
법원과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 제도를 도입할 때도 정면충돌했다. 검사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판사가 피의자를 법정에서 직접 심문하는 절차로,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제도가 정착된 건 30년도 안 됐다. 영장실질심사는 1995년 12월 형사소송법이 개정되면서 1997년 1월부터 시행됐다. 2008년부터는 구속영장이 청구된 모든 피의자가 심문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검찰은 당시에도 수사 상황 유출 우려 등 논리로 반대했다. 구속적부심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점도 반대 이유였다. 한 서초동 변호사는 21일 "같은 제도를 두고 법원은 영장실질심사라고, 검찰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라고 표현한다"며 "이것만 봐도 양측 생각이 얼마나 다른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불구속 재판과 공판중심주의를 강조한 이용훈 전 대법원장 시절에도 법원과 검찰은 충돌했다. 이 전 대법원장이 2006년 "국민 신체·재산을 제약하는 마지막 수단인 압수수색 영장에 대한 엄격한 심사는 당연하다"고 발언한 게 발단이었다. 법조비리 사건 관련 고법 부장판사 부인 계좌 압수수색 영장 기각 직후라 논란이 커졌다.
대검 중수부는 같은 해 유회원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구속영장을 4차례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검찰은 영장을 토씨 하나 안 고치고 재청구하며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검찰이 "법원이 수사 기법에 대해 무지하다"고 비난하자, 법원은 "검찰이 법 공부를 다시 해야 한다"고 되받는 등 노골적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검찰은 영장을 둘러싼 법원과의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영장항고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영장심사 또한 하나의 재판으로 해석해 법원 기각 결정이 나오면 상급법원에서 다시 판단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영장 발부 기준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항고제를 도입하면 법관의 자의적 판단을 배제할 수 있다는 취지다.
법원은 그러나 영장 기각은 법원 결정이 아닌 판사 명령에 해당해 항고 대상이 아니라는 판례를 강조한다. 법원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영장을 재청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항고제 도입시 구속수사 확대와 영장심사 장기화 우려도 제기한다.
법조계의 한 원로인사는 "새로운 영장 제도는 기존 형사사법체계를 고려해 학계와 일선 의견을 신중히 검토하고 국민 공감대 형성 후 도입해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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