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조합 회계자료 제출 미비를 이유로 국고 보조 중단 방침을 밝히자 양대노총이 "노조 자주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 본격화를 선언한 이후 정부와 양대노총이 '강대강'으로 맞붙으면서 노정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노총은 20일 성명을 내고 "한국노총은 국고 보조금에 대해서는 예산 수립부터 집행까지 기획재정부가 운영하는 'e나라도움' 시스템으로 철저히 관리·감독받고 있다"며 "마치 한국노총이 국고를 지원받고도 이에 대한 회계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것처럼 공격한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이를 받아쓴 일부 언론의 행태는 전형적인 왜곡이며 악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이날 권성동 의원은 고용부와 광역자치단체 17곳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양대노총이 최근 5년간 1,520억 원을 지원받고도 정부의 회계자료 제출 요구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에 따르면 한국노총이 지원받은 금액은 이 중 67.4%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노총 측은 국고 보조금과 노조 자체 회계는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우리가 제출을 거부한 것은 노조 자체 조합비 운영과 관련한 사항으로, 이 역시 철저히 관리 운영되고 있으나 노조 내부에서 알아서 할 일이며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이달 초 정부의 회계서류 비치 자료 제출 요구에 대해 "내용까지 간섭받을 이유는 없다"며 표지 사진만 제출하도록 산하 연맹들에 지침을 전달했다. 정부는 이달 16일 자료 제출 요구 대상 327곳 중 내지까지 모두 제출 완료한 곳이 120곳(36.7%)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노조법 제14조에 따르면 노조는 재정에 관한 장부와 서류 등을 사무실에 비치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제대로 서류를 비치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표지뿐 아니라 내지 일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용부는 17일부터 2주간 시정 기간을 두고, 이 기간에 자료 추가제출 또는 소명을 하지 않은 노조에 대해서는 과태료 부과 및 현장조사를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민주노총도 이날 정부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자율점검 대상 노조 모두 노조법 제14조와 노조법 시행규칙 제8조에 명시된 서류 비치 및 보존 현황을 체크리스트와 각 서류물 보관 사진, 11종 서류 표지까지 제출했다"며 "우리는 비치·보관한 자료를 열람하고자 하는 조합원에게 규약 절차대로 공개하고 있으며, 정기 대의원 회의에서 회계감사 결과를 모두 공표하고 대회진행을 인터넷으로 공개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측은 정부의 요구가 노조 자주권을 침해한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은 "정부의 현장조사 발언은 노조 공격을 위해 노조법마저 훼손하는 행위"라며 "정부가 민주노총과 소속 노조의 노조법 위반을 문제 삼으려면 불법 증거부터 제시하라"고 강조했다. 민주노총은 국고 보조금에 대해서도 "입주 사무실 보증금인 약 30억 원 외에 정부로부터 일절 지원받는 금액이 없다"며 "노사관계발전법 등에 따라 지원받는 것이고, 보증금이기 때문에 다른 용도로 사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노조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적 압박에 양대노총은 이달 초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탄압을 통해 역사를 퇴보시키려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양대노총은 함께 당당하게 맞설 것"이라며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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