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최고령
평화·인권 활동...2002년 노벨평화상 수상
1994년 방북 등 한반도 외교에 깊이 관여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연명 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돌봄을 받는다. 그는 1924년생으로, '가장 오래 산 전직 미국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이미 썼다.
카터 전 대통령이 설립한 비영리단체인 '카터 센터'는 18일(현지시간) “카터 전 대통령은 남은 시간을 조지아주의 집에서 가족과 함께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터 전 대통령의 손자 제이슨은 전날 카터 부부를 만났다며 “언제나처럼 평화로웠고, 집은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고 트위터에 썼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15년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이 발병했고, 암이 간과 뇌까지 전이됐다고 한다. 2021년 1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건강 문제로 불참하는 등 거동이 쉽지 않은 상태였다.
1924년 조지아주 농가에서 태어난 카터 전 대통령은 해군 장교,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조지아주 주지사를 거쳐 1977년부터 1981년까지 미국의 39대 대통령을 지냈다. 퇴임 후엔 배우자 로잘린 카터(95)와 함께 고향 목장으로 돌아가 소박하게 생활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에게 패배해 대통령 재선에 실패했다. 백악관을 떠난 후 그는 더 큰 존경을 받았다. 1982년 카터 센터를 만들어 인권 증진에 힘썼고, 집짓기 봉사인 ‘지미 카터 프로젝트’를 통해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이재민을 도왔다. 암 발병 이후인 2019년 테네시주 내슈빌의 집짓기 현장에 나와 못질을 하기도 했다.
1990년대 '기생충과의 전쟁'은 개발도상국 인권·보건 증진을 위해서였다. 타깃은 오염된 물을 통해 전파되는 북아프리카의 '기니 벌레'. 카터 전 대통령은 "내가 기니 벌레 마지막 개체보다 오래 살 것"이라고 공언했고, 감염 사례는 1986년 350만 건에서 2021년 14건으로 줄었다.
이 같은 활동이 세계 인권과 민주주의 증진에 기여한 공로로 인정받아 2002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카터 전 대통령은 한반도와도 인연이 깊다. 대통령 시절엔 "한국의 인권을 개선하라"며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해 박정희 정권을 압박했다. 1994년엔 1차 북핵 위기 해결을 위해 미국 특사 자격으로 북한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국가주석을 만나는 등 한반도 외교에 깊게 관여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미국 정치 현안에도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 사태에 대해 "미국의 민주주의를 우려한다"는 성명을 냈다.
지난해 알래스카의 자연보호구역을 관통하는 도로 개통에 반대하는 성명을 낸 것이 카터 전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 활동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18일 "카터 전 대통령은 1980년에 서명한 '알래스카 국익 토지 보존법'을 최고 업적 중 하나로 여겼다"며 "이 법을 지키려고 얼마 전까지 서류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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