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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정서와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세계 독자들"… K도서도 해외로 '훨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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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정서와 문제의식에 공감하는 세계 독자들"… K도서도 해외로 '훨훨'

입력
2023.02.20 04:3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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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편의점', 하퍼콜린스와 영어 판권 계약
학술서, 육아·경영 교양서도 잇따라 해외로 진출
"K컬처 저변 확대로 책 수출 성과 선순환"

영미권에 수출된 '불편한 편의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표지. 두 책의 선전은 '한국적 위로' 코드가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영미권에 수출된 '불편한 편의점',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의 표지. 두 책의 선전은 '한국적 위로' 코드가 전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음을 드러낸다.

위로와 배려, 다정함을 다룬 한국 책들이 전 세계로 팔려 나가고 있다. 한국 지성의 학술서, 육아·경영 등 교양서도 해외 진출이 한창이다. 구병모·박상영·정보라 등 소설가들이 해외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긴 했지만, 다양한 주제와 장르로 수출 폭이 넓어진 건 새로운 현상. 영화·드라마·음악을 위시한 K콘텐츠의 진격으로 한국적 정서와 문제의식, 생활양식이 전 세계에 먹히면서 K도서의 잠재력도 주목받는 흐름이다.

국내 100만 독자를 위로한 김호연 작가의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은 최근 영어 판권이 영미권 대형 출판사 하퍼콜린스에 팔려 브라질, 일본, 중국, 프랑스 등 14개 국 독자와 만나게 됐다. 소설은 우연한 기회로 편의점 야간 알바를 뛰게 된 노숙자 ‘독고’를 중심으로 여러 이웃들이 정을 주고받는 따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판권 수출을 맡았던 이구용 KL매니지먼트 대표는 "지금까지는 예술성 짙은 순문학이 주로 팔렸는데, '불편한 편의점'은 대중소설도 인정받은 사례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국식 다정함은 하나의 장르가 됐다. 황보름 작가의 소설 '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는 '해리 포터'를 출간한 영국 출판사 불룸스버리의 낙점을 받았다. 소설은 책과 서점을 통해 새로운 관계를 맺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앞서 백세희 작가의 힐링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판권을 가져간 블룸스버리가 또다시 ‘K위로’를 수입한 것. 수출 계약을 이끈 홍순철 BC에이전시 대표는 “해외에서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고립과 단절을 위로받고 싶은 정서에 갈증을 느낀 것"이라며 "예전보다 한국 책을 향한 관심과 흥미가 커졌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일본에서도 12만 부가량 판매됐다.

위로를 전하는 에세이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싶어'. 일본에서도 12만 부가량 판매됐다.

'K학술서'도 해외 시장으로 뻗어가고 있다. 예리한 문제의식으로 '일상 속 파시즘'을 고발해 온 임지현 서강대 교수의 저서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일본에 수출됐다. 책은 자신들이 받은 피해만 강조하며 가해의 기억을 탈색하는 배타적 민족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을 담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전범국이지만 스스로 원자폭탄 피해국이라고 강조하는 일본이 민감하게 여길 법도 하지만, 일본 대형서점 기노쿠니야가 선정한 인문대상 7위에 오를 정도로 의미를 인정받았다. 책을 낸 휴머니스트의 황서현 주간은 “일본 지성계에서도 민족주의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피해자 의식을 성찰하자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소수자 인권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온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가 쓴 ‘말이 칼이 될 때’ 역시 일본에 판권이 팔렸다. 유머와 통찰력이 어우러진 글쓰기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김영민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는 대만으로 수출됐다. 두 책을 낸 어크로스의 강태영 편집자는 "혐오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일본에서는 홍 교수의 책에 관심을 보였고, 대만은 동양 정치사상에 조예가 깊은 김 교수의 책에 흥미를 가졌다"며 "책의 주제와 그 나라의 관심사가 맞아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일본에 판권이 팔렸다.

'희생자의식 민족주의'는 일본에 판권이 팔렸다.

전 국민 '육아 멘토' 오은영 박사의 ‘어떻게 말해줘야 할까’는 대만, 몽골, 베트남, 일본, 중국 등에 판권을 팔았다. 지난해 70만 부 판매를 기념해 새로 출간된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장승수 지음)는 일본 출판사 다이아몬드와 판권을 계약했다. 국내에서 20만 부가 팔린 ‘기획의 정석’(박신영 지음)은 중국으로 수출됐다. ‘유미의 세포들’ ‘어떤 계모님의 메르햄’ 등 웹툰·웹소설 판권은 동아시아 수요가 폭발적이다. 특히 정서가 비슷한 동아시아 국가들은 한국 베스트셀러 판권을 의욕적으로 사 가는 분위기다.

한국 책들의 수출을 어떻게 봐야 할까. 다정함, 연결, 우정, 친구, 여성, 혐오 등 전 세계가 관심을 가진 주제에 국내 출판계가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소규모 출판사들이 기민하게 참신한 작가와 소재를 발굴한 것도 해외 독자의 다양한 욕구를 채운 결과를 가져왔다. 소수 출판사가 검증된 작가 책을 내기 위해 경쟁하던 과거와 사뭇 다른 환경이라는 얘기다. 물론 한류 콘텐츠 열풍도 빼놓을 수 없다. 이구용 대표는 “한국 음악, 영화, 드라마를 통해 해외 소비자들이 한국 문화를 만나는 저변이 넓어지며 책의 수출이라는 선순환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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