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 원 빌리고 첫 현장
경쟁사 투자 축소에도 기술 투자 의지 재확인
"어려운 상황이지만 인재 양성과 미래 기술 투자에 조금도 흔들림이 있어서는 안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반도체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삼성전자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17일 삼성전자 충남 천안캠퍼스와 온양캠퍼스를 찾아 첨단 패키징 기술이 적용된 반도체 생산 라인을 살피고 주요 경영진과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경쟁력 및 연구개발(R&D) 역량과 중장기 사업 전략 등을 논의했다. 이 날 현장에는 경계현 DS부문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 사업부장 등이 함께했다.
AI, 전장 등 첨단 반도체 생산 위해선 필수
반도체 패키징은 제조된 반도체를 기판이나 전자기기 등에 장착해 실제 환경에서 쓸 수 있게 포장하는 과정을 말한다. 전기 신호가 흐르는 통로를 만들고 겉을 가공해 제품화하는 단계로 '후(後)공정'이라 불린다. 그동안 설계(팹리스)나 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전(前)공정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①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이 미세공정 경쟁을 펼치면서 기술 난이도가 올라가고 ②주요 정보통신(IT) 업체들이 독자 칩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맞춤형 반도체를 공급할 수 있는 첨단 패키징 역량은 반도체 사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5세대(5G) 통신, 전장(자동차 전기장치) 등 첨단 분야에서 활용되는 10나노 미만 반도체 회로의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요 반도체 업체들은 첨단 패키징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전 세계 파운드리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는 대만의 TSMC 역시 방대한 후공정 생태계를 구축, 패키징 기술에서 삼성전자에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가 메모리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글로벌 선두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패키징 기술에서도 반드시 성장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반도체 경기 악화에도 나홀로 투자 기조 유지
이에 발맞춰 삼성전자는 TSMC를 비롯해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인텔 등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투자 규모를 줄이는 상황에서도 혼자서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4일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20조 원을 빌렸다. 이 자금을 가지고 삼성전자는 올해 50조 원을 웃도는 설비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지난해(53조1,000억 원)와 비슷한 규모다.
특히 올해 투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파운드리 공장의 인프라 조성과 클린룸 확보 등에 집중될 예정이다. 이 공장은 올해 안에 다 짓고 내년부터 5나노미터(㎚, 10억 분의 1미터)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또 경기 평택시 평택캠퍼스 3·4기 인프라 투자와 한 대에 2,000억 원이 훌쩍 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 등 첨단 기술 투자에 팔을 걷어붙일 전망이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전자는 그동안 반도체 경기가 꺾였을 때 혼자 투자를 늘리면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치킨게임에서 승리를 거둬왔고 이번에도 그런 준비를 하고 있다"며 "AI쪽 반도체 수요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첨단 패키징 기술 등 핵심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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