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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이 프로야구 선수라고?…챗GPT에 물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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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이재용’이 프로야구 선수라고?…챗GPT에 물어보니

입력
2023.02.19 07:00
수정
2023.02.19 08:44
0 0

정의선, 최태원, 구광모...10대 총수 같은 결과
“챗GPT 운영 오픈AI에 수정 요구해야”
“‘휴먼 드라마’, 직접 소통 있었다면…”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에 ‘삼성 이재용’을 입력하자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선수'란 답변이 나오고 있다. 챗GPT 캡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에 ‘삼성 이재용’을 입력하자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선수'란 답변이 나오고 있다. 챗GPT 캡처

‘대한민국의 프로 야구 선수이다. 현재 한국야구위원회(KBO) 삼성 라이온즈의 1루수로 활약하고 있다.’

무엇이든 물어보면 답을 준다는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에 ‘삼성 이재용’을 입력하면 나오는 답이다. 이 회장뿐만이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10대 기업 총수 이름을 입력해도 답변은 모두 동일했다.

‘롯데 신동빈’, ‘한화 김승연’, ‘GS 허창수’, ‘HD현대 정몽준’, ‘신세계 이명희’, ‘CJ 이재현’을 넣어도 결과는 같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 계열회사 간 상품·용역 거래 현황(2021년 기준)’에서 지정한 총수가 있는 국내 상위 10대 기업집단의 오너가 모두 ‘프로야구 선수’라는 것이다.

이들의 기업 상당수가 프로야구단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오류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하지만 SK그룹은 2021년 프로야구단을 신세계그룹에 매각했다. GS그룹도 2004년 LG그룹과 계열 분리한 이후 프로야구단과 관련이 없다. HD현대는 프로야구단 현대 유니콘스를 소유했던 옛 현대그룹에서 HD현대의 전신인 현대중공업이 2002년 계열 분리했다. CJ그룹은 프로야구단을 소유한 적이 없으며, 계열사인 CJ E&M에 2011년 흡수 합병된 CJ인터넷이 2009·2010년 한국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했을 뿐이다.

글로벌 기업 총수, 챗GPT선 트와이스·BTS에 뒤처지는 취급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에 ‘현대차 정의선’을 입력하자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선수'란 답변이 나오고 있다. 챗GPT 캡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에 ‘현대차 정의선’을 입력하자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선수'란 답변이 나오고 있다. 챗GPT 캡처

이들은 모두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혹은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굴지의 그룹사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챗GPT에서는 사실상 K팝 가수에 뒤처지는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챗GPT에 한글로 ‘트와이스’를 입력하면 ‘9인조’이고, ‘JYP엔터테인먼트 소속’이라며 히트곡을 나열하는 등 정확하고 상세한 답이 나온다. ‘방탄소년단(BTS)’을 쳐도 ‘대한민국의 보이 그룹’, ‘7명 멤버로 구성’ 등 정확한 정보가 나온다.

이들 기업과 총수명을 영문으로 넣으면 이보다는 나은 정보가 제시된다. 하지만 내용이 부실한 데다, 부정확한 내용을 담고 있다. 부정적인 내용의 비중도 크다. 예를 들어 ‘samsung lee jae yong’을 치면 ‘이재용은 대한민국의 사업가이자 세계 최대 기술 기업 중 하나인 삼성의 부회장이다.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아들이다. 이재용은 뇌물수수 및 횡령 혐의로 2017년 실형을 선고받는 등 각종 논란과 법적 쟁점에 휩싸였다’고 나온다. 그는 지난해 10월 삼성전자 회장으로 승진했다.

챗GPT, 한글로 물어도 영문 자료로 검색… 고객과 직접 소통 드물어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에 ‘SK 최태원’을 입력하자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선수'란 답변이 나오고 있다. 챗GPT 캡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에 ‘SK 최태원’을 입력하자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선수'란 답변이 나오고 있다. 챗GPT 캡처

챗GPT는 대량 데이터 학습을 통해 이용자와 대화하지만, 영문자료를 탐색한 학습결과로 답을 내놓기 때문에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이다. 챗GPT를 운영하는 오픈AI 직원이 중간 평가자로 개입해 정확한 답변인지를 판정해 수정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많은 수정이 이뤄지지 않은 서비스 출시 초기 단계란 점도 이 같은 결과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박성준 상명대 감성공학과 교수는 “챗GPT는 영어만 사용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이같이 엉뚱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보인다”며 “AI가 어떤 데이터로 학습하느냐의 문제인데 10대 기업 총수들의 인터넷 영문 데이터 노출 정도가 낮고 부정확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10대기업명·상표는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것도 있지만, 총수 개인의 대외활동이 많지 않아 데이터 노출이 그만큼 적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이들은 해외기업 오너에 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한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량도 상대적으로 적은 게 사실이다.

또 AI는 데이터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것을 진실로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이재용 회장의 경우 부회장일 때 쌓인 영문 데이터 노출량이 회장일 때보다 많기 때문에 부회장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도 나온다.

총수 개인사 대중 관심 끌 만한가 문제도... 빌 게이츠와 이재용의 차이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에 ‘LG 구광모’를 입력하자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선수'란 답변이 나오고 있다. 챗GPT 캡처

인공지능(AI) 챗봇 서비스 '챗GPT'에 ‘LG 구광모’를 입력하자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선수'란 답변이 나오고 있다. 챗GPT 캡처

이들의 개인사가 얼마나 대중의 관심을 끌 만한가의 문제도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에게는 신생기업(스타트업)을 세계 최고의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시킨 ‘휴먼 드라마’가 있다. 하지만 국내 10대 기업 총수들은 대부분 부친으로부터 기업과 자산을 물려받은 재벌 2, 3세다. 대중의 관심 속에 축적된 그들의 삶에 관한 정보량이 빅테크 기업 창업자·CEO는 물론 K팝 가수보다도 적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대기업 오너의 경우 스타트업을 큰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과정의 개인 히스토리의 의미가 커 상대적으로 대중의 관심을 많이 받고, 인터넷상의 자료가 널려 있다”며 “국내 대기업의 총수에게 외국 주주들이 관심을 두는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 기업 지배구조 이슈 등 부정적인 면이 부각돼 나타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들과 관련한 영문 자료가 한글 자료에 비해 부정확한 경우가 많은 것도 챗GPT가 부실한 정보를 내놓은 원인으로 지적된다. 챗GPT는 '카피레프트'(Copyleft·저작권 무상공유) 데이터에만 접근해 학습한다고 한다. 그런데 이 데이터의 국내 10대 기업 총수 관련 정보의 정확성이 매우 떨어지고, 이들에 관한 정확한 정보가 많은 국내 포털 사이트 등에는 아예 접근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명주 서울여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AI는 주관을 갖고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데이터의 내용을 종합해서 결과를 내놓기 때문에 ‘쓰레기를 넣으면, 쓰레기가 나오는 것’(Garbage in, garbage out)”이라며 “기업 이미지나 총수와 관련한 영문 데이터 관리가 그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긍정 영문 데이터 널리 퍼뜨리면… AI 학습량 축적 시 개선 가능성도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들 기업은 해외 홍보에 적지 않은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같은 결과가 나오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챗봇 운영사에 오류 수정을 당당히 요구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챗GPT는 오픈AI가 세계에 널리 알려진 정보나 상식에 충분히 부합하는 학습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서비스를 시작한 것이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이들에 대한 정확하고 긍정적인 영문 데이터를 널리 알릴 필요도 있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 공유하려는 총수 자신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는 AI 시대 자신이 소유한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일이기도 하다.

AI의 자체 개선 가능성도 남아 있다. 학습량이 축적된 이후 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을 부회장이라고 한 ‘챗GPT’에 ‘사실 그는 부회장이 아니라 회장이야(Actually, he's the chairman. He's not the vice-chairman)’라고 하자 챗봇은 ‘이전 답변의 실수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2020년 부친이 돌아가신 뒤 이재용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직을 이어받은 것이 맞습니다. 이렇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답했다.

답변이 틀렸다고 알려주면 재학습해 수정하고, 예의 바른 인사말까지 건네는 역량이 있는 것이다. 아마존의 AI 음성비서 ‘알렉사(Alexa)’도 출시 직후에는 미국 남부 지방 억양이 센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하고, 부정확한 답변을 내놔 이용자의 원성을 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학습량이 쌓이면서 이 같은 오류가 차츰 개선됐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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