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학의 출국금지' 무죄 판결에... "아쉽다" "잘했다" 법조계 평가 엇갈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김학의 출국금지' 무죄 판결에... "아쉽다" "잘했다" 법조계 평가 엇갈려

입력
2023.02.17 04:00
9면
0 0

"일부 위법했지만, 당시 판단 직권남용은 아냐" 판결
"절차 위반 중대성 간과" "자격모용 처벌 약해" 비판
"행위 시점이 기준 판결 적절" "무리한 기소" 평가도

이규원 검사(왼쪽부터)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이규원 검사(왼쪽부터)와 차규근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1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긴급 출국금지 조치와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이규원 검사 등에 대해 15일 무죄 판결을 내리자, 법조인과 학계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재판부가 적법 절차 위반의 중대성을 간과했다며 재판 결과를 비판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직권남용죄 성립 요건에 맞춰 무난하게 판결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검찰 내부 징계로 끝날 사안을 기소해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원 "긴급했던 상황... 직권남용죄 처벌은 어려워"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는 이 검사와 차규근 전 법무부·외국인 출입국 정책본부장,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면서 2019년 3월 김 전 차관 재수사를 앞두고 벌어진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차 전 본부장이 김 전 차관의 해외도피에 대비해 출입국 알림시스템을 설정한 지 하루 만에 김 전 차관은 심야 기습 출국을 시도했다. 이륙까지 불과 1시간 30분가량 남은 상황에서 차 전 본부장은 긴급 출국금지 조치를 내리기로 결정했고,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있던 이 검사에게 연락했다. 이 검사는 이광철 전 비서관으로부터 "법무부와 대검 지휘부가 승인했다"는 말을 들은 뒤 차 전 본부장과 협의해 김 전 차관 출국을 막았다.

재판부는 ①김 전 차관이 무죄 판결을 받아 출국금지가 '결과적으로는' 위법해졌고 ②그 과정에서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이 검사 등을 직권남용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일반 출국금지를 할 경우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고, 출국을 허용하면 재수사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업무적 판단을 '직권남용'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이 검사는 서울동부지검장 자격을 모용해 긴급 출국금지 요청서를 작성한 혐의가 인정돼 징역 4개월 선고 유예 판결을 받았다.

"출금 요청하면 피의자로? 순환논리"

법조계 일각에선 이번 판결을 두고 "공직 사회에 목적이 옳다면 과정이 위법해도 처벌하지 않겠다는 부정적 시그널을 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김 전 차관은 당시 (법률상 출국금지 대상인) 피의자 신분이 아니었고, 이 검사가 이를 몰랐을 리 없다. 절차 위반의 고의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 검사가 출국금지를 신청한 순간부터 김 전 차관이 실질적 피의자 신분이 됐다는 재판부 판단에 대해서도, 이 교수는 "출국금지를 하려면 피의자여야 하는데, 피의자라는 이유를 출국금지에서 찾는 셈"이라며 "상당히 혼란스러운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자격모용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도 선처한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양홍석 변호사는 "직권남용 성립 여부에 대해선 견해차가 있을 수 있지만, 현직 검사의 범행이란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엄중하게 다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자격모용으로 처벌... 직권남용은 행위 당시로 판단해야"

당시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하면 이번 판결이 법리에 맞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부 고위층의 직권남용 사건을 상당수 맡아 온 변호사는 "과실범이 아니라면 어떤 범죄든 결과가 아니라 행위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절차 위반과 관련해선 자격모용으로 유죄 판단을 받았기 때문에, 이를 직권남용과 엮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직권남용죄에 대한 논문을 썼던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재판부는 핵심 쟁점인 '남용'을 어떤 시점과 기준에서 볼지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긴급체포 등의 적법성도 행위 당시의 객관적 사정을 감안해 판단했기 때문에 무리한 판결이 아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검찰이 내부 징계로 끝낼 사안을 무리하게 기소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판사 출신의 오지원 변호사는 "판결이란 결국 가벌성이 있는지 판단하는 것인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방해 등 더 중대한 사건에서도 직권남용 무죄가 나온 경우가 많다"며 "이 사건은 애초 기소가 무리했고 징계로도 충분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정원 기자
박준규 기자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