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오랜 임금정체 벗어날 전환점"
중소기업 채산성 악화로 임금인상 여력 ↓
일본에서 매년 봄 진행되는 노사의 임금 협상인 ‘춘투’를 앞두고 대기업 노조가 20~30년 만에 최고 수준의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엔화 약세 효과를 누린 사측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 고용의 70%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은 찔끔 인상에 그칠 전망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얘기다.
16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자동차업계 산별노조인 자동차총련의 가네코 아키히로 회장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올해 소속 노조들의 임금 인상 요구가 “20년, 30년 만에 최고 수준”이라며 “매우 힘차고 기세 좋게 출발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춘투를 오랜 임금 정체에서 벗어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요타자동차 노조도 “지난 2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의 인상을 요구한다”며 3년 만에 처음으로 기본급 인상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도요타자동차 노조는 지난 2년 동안 임금 인상 요구안을 비밀에 부쳤으나, 올해는 사회 전체의 임금 인상을 가속화한다는 명분에 따라 공개하기로 했다.
다른 업종에서도 임금 대폭 인상 요구가 잇따랐다. IHI, 미쓰비시중공업, 가와사키중공업 등 중공업 분야 대기업 7사의 노조는 지난해의 4배에 달하는 기본급 월 1만4,000엔(13만4,100원) 인상을 요구했다.
사측도 적극적이다.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이 “임금 인상은 기업의 책무”라고 말하고 있어 높은 수준의 인상안이 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중소기업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 엔화 약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채산성이 악화한 탓이다. 임금 인상률이 물가상승률(연 4%)에는 못 미치는 2% 정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일본 정부는 임금인상 물결이 중소기업까지 확산되도록 대기업을 압박 중이다. 하청업체가 납품 가격에 원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해 채산성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 15만 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격 협상에 제대로 응하지 않거나 비용 상승을 납품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게 했다"고 지목된 대기업 150곳을 상세 조사한 결과를 이달 7일 내놓으면서 대기업의 실명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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